[여의도풍향계] 정치 사라진 한 해…'최악의 국회' 오명
[명품리포트 맥]
어쩌면 새해 첫날부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2018년의 마지막 날 여야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놓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면충돌했고, 공방이 자정을 넘겨 올해 1월 1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석해 의혹을 적극 해명했는데, 민정수석 임명 이후 첫 국회 출석이었습니다.
<이만희 / 자유한국당 의원>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327명 공공기관에 대한 출신·성향 등에 대해서 작성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정쟁으로 시작한 2019년,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정점은 4월 말 여야의 패스트트랙 충돌이었습니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을 신속처리안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의 물리적 충돌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7년 만에 동물국회가 재현된 건데,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한 장도리와 쇠 지렛대, 일명 '빠루'까지 등장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안건을 지정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이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6시간 동안 감금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채이배 / 바른미래당 의원> "(국회가) 오늘 같은 우려스럽고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지금이라도 (한국당 의원들이) 감금을 해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회에서 풀리지 않은 정치 공방은 '광장'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정치권은 국회를 뒤로 하고 장외로 나와 지지자 결집에 나섰습니다.
'광장정치'에 불을 댕긴 것은 '조국 반대'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한 한국당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문 대통령에게 경고합니다. 더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냅니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에 거리를 두면서도, 이를 발판삼아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초동 집회 참가자들이)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했습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과잉 수사를 일삼는 검찰, 그리고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일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의 대결 구도는 급기야 참가자 수를 놓고 경쟁을 하는 촌극까지 빚었습니다.
<나경원 /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번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셨죠? 200만 맞습니까? 아니죠. 그들이 200만이면 우린 오늘 2천만이 왔겠습니다."
아스팔트 시위가 거리를 달구는 사이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열렸지만, 시작도 끝도 조국이었습니다.
정부 운영에 대한 국회의 견제·감시 기능은 온데간데없고 '조국 공방'뿐이었습니다.
<권은희 / 바른미래당 의원> "조국 전 민정수석이 등록한 펀드의 운용형태가…"
<김성태 /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조국 씨 딸이 아니면 이게 가능한…"
결국 조 전 장관이 임명 35일 만인 10월 14일 전격 사퇴했지만,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겠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이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여야의 요청에 아예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지역구를 270석으로 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공수처 설치에는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4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섰습니다.
한국당이 '날치기 상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사흘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4년 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참여자들이 9시간, 10시간 가까이 토론을 이어가며 사활을 건 것과 비해 '밥그릇 필리버스터'로 비판받으며 민심의 주목도도, 참여자들의 긴장도도 확 떨어졌습니다.
<효과음> "어떻게 이렇게 개판 의회 정치가…"
<전희경 / 자유한국당 의원> "의장님만의 국회가 아니지 않습니까."
<문희상 / 국회의장> "뭐라고 그러셨어요. 개판이요? 개 눈에는 개만 보이죠. 개라 그러시면 안 되죠."
새해를 닷새 앞두고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던 선거법이 처리됐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앉는 것을 온몸으로 막고, 선거법 반대 플래카드를 내던지는 등 '동물국회가' 재연된 후였습니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이달 25일 기준으로 30.5%.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에도 못 미칩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 4월 15일엔 총선이 열립니다.
광장의 목소리를 제도 내부에서 수용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정치 본연의 임무를 되찾는 것.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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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포트 맥]
어쩌면 새해 첫날부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2018년의 마지막 날 여야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놓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면충돌했고, 공방이 자정을 넘겨 올해 1월 1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석해 의혹을 적극 해명했는데, 민정수석 임명 이후 첫 국회 출석이었습니다.
<이만희 / 자유한국당 의원>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327명 공공기관에 대한 출신·성향 등에 대해서 작성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조국 /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지시한 적 없고 보고 받은 바 없습니다.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진술입니다."
정쟁으로 시작한 2019년,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정점은 4월 말 여야의 패스트트랙 충돌이었습니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을 신속처리안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의 물리적 충돌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멱살잡이, 고성, 욕설이 난무하는 국회에 33년 만에 경호권까지 발동됐지만,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7년 만에 동물국회가 재현된 건데,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한 장도리와 쇠 지렛대, 일명 '빠루'까지 등장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안건을 지정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이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6시간 동안 감금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채이배 / 바른미래당 의원> "(국회가) 오늘 같은 우려스럽고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지금이라도 (한국당 의원들이) 감금을 해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문희상 국회의장을 포함해 여야 국회의원 110명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행위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습니다.
국회에서 풀리지 않은 정치 공방은 '광장'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정치권은 국회를 뒤로 하고 장외로 나와 지지자 결집에 나섰습니다.
'광장정치'에 불을 댕긴 것은 '조국 반대'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한 한국당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된 8월 9일부터 두 달 넘게 집회가 이어졌고,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의혹은 집회 참석자를 한국당 지지층 밖으로까지 확장해 매번 수만 명이 광화문광장을 메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문 대통령에게 경고합니다. 더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냅니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에 거리를 두면서도, 이를 발판삼아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초동 집회 참가자들이)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했습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는 과잉 수사를 일삼는 검찰, 그리고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일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의 대결 구도는 급기야 참가자 수를 놓고 경쟁을 하는 촌극까지 빚었습니다.
<나경원 /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번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셨죠? 200만 맞습니까? 아니죠. 그들이 200만이면 우린 오늘 2천만이 왔겠습니다."
아스팔트 시위가 거리를 달구는 사이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열렸지만, 시작도 끝도 조국이었습니다.
정부 운영에 대한 국회의 견제·감시 기능은 온데간데없고 '조국 공방'뿐이었습니다.
<권은희 / 바른미래당 의원> "조국 전 민정수석이 등록한 펀드의 운용형태가…"
<김성태 /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조국 씨 딸이 아니면 이게 가능한…"
결국 조 전 장관이 임명 35일 만인 10월 14일 전격 사퇴했지만,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겠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이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여야의 요청에 아예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지역구를 270석으로 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공수처 설치에는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4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섰습니다.
한국당이 '날치기 상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사흘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4년 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참여자들이 9시간, 10시간 가까이 토론을 이어가며 사활을 건 것과 비해 '밥그릇 필리버스터'로 비판받으며 민심의 주목도도, 참여자들의 긴장도도 확 떨어졌습니다.
<효과음> "어떻게 이렇게 개판 의회 정치가…"
<전희경 / 자유한국당 의원> "의장님만의 국회가 아니지 않습니까."
<문희상 / 국회의장> "뭐라고 그러셨어요. 개판이요? 개 눈에는 개만 보이죠. 개라 그러시면 안 되죠."
새해를 닷새 앞두고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던 선거법이 처리됐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앉는 것을 온몸으로 막고, 선거법 반대 플래카드를 내던지는 등 '동물국회가' 재연된 후였습니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이달 25일 기준으로 30.5%.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에도 못 미칩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 4월 15일엔 총선이 열립니다.
광장의 목소리를 제도 내부에서 수용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는 정치 본연의 임무를 되찾는 것.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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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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