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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민정수석의 감찰’ 우병우 사건으로 본 조국 구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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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54)은 구속될까.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가 열렸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을 구속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첫 단계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는 그 다음 단계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례가 회자된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씨)의 존재를 알았는데도 감찰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2017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2번 기각했다. 법원이 댄 기각 사유는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첫 단계부터 막힌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 전 수석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켰다가 구속 위기에 몰린 조 전 장관 사건과 우 전 수석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봤다.

경향신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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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의 감찰 권한은?

우 전 수석과 조 전 장관은 둘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감찰’과 관련해 문제가 됐다.

우 전 수석은 감찰에 아예 착수하지 않은 반면, 조 전 장관은 감찰에 착수했다가 중단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죄명도 다르다. 우 전 수석은 형법 122조의 직무유기죄, 조 전 장관은 123조의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두 범죄 모두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범죄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요건들은 다르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 성립한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직권남용죄가 적용된 조 전 장관 사건에서는 민정수석에게 감찰에 관한 직권이 ‘존재’하는지, 감찰 중단이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가 입증돼야 한다. 감찰 중단이 ‘의무 없는 일’인지도 따져야 한다.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은 이 사건에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이 된다.

우 전 수석 1심 재판부는 민정수석에게 감찰에 관한 직권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민정수석의 직무에 대해 이렇게 판단했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또는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 및 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를 이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행위를 발견하거나 그러한 행위가 있음이 의심되는 명백한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하거나 그 진상을 파악한 다음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대통령비서실 업무분장표, 민정수석실 직원들의 진술을 통한 조직 및 업무실태 등이 근거가 됐다.

■감찰 중단 과연 직권의 ‘남용’인가

감찰 중단이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를 두고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부시장의 행위가 반드시 계속 감찰을 했어야 할 비위였는지, 민정수석실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경미했으며, 민정수석실에는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감찰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중대했을지라도 민정수석 입장에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도 1심 재판 과정에서 유사한 주장을 했다. 최순실씨가 비선실세라는 사실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로 사후적으로 밝혀진 것이고, 자신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에는 최씨의 행위가 비위라고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가 우 전 수석이 유죄라고 판단한 배경을 보면 조 전 장관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

1심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감찰을 하지 않은 때 언론에서 이미 최씨의 존재와 재단 설립에 대한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오고 국회에서까지 문제제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는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봤다. 2016년 7월을 시작으로 언론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보도했고, 국회에서는 관련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대거 신청했다. 그해 9월에는 최씨가 지인을 K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앉히는 등 재단 운영을 좌지우지한다거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할당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계속됐다. 재판부는 “언론이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안 전 수석의 재단 설립 관여 의혹을 보도하는 상황이므로 우 전 수석으로서도 언론보도가 전혀 사실무근이 아니라는 것은 인식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감찰을 중단한 시기는 2017년이고, 관련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18년 말이다. 감찰 중단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거나 국회 지적이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구속영장심사 후 취재진에게 “감찰 중단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프레임”이라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감찰을 중단시킨 게 아니라 감찰을 계속할 것인지, 감사원으로 보낼 것인지, 소속 기관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밑에서 올려서 그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유죄 근거 된 ‘법적 검토’ 문건

특히 우 전 수석의 경우 “재단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법적 검토 문건을 만든 게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단순히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데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직무를 방임 내지 포기했다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한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은 안 전 수석, 김성우 당시 홍보수석과 함께 2016년 10월11일 회의를 열어 최씨 의혹에 관해 논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비선실세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하도록 건의해보자는 의견을 모은 날이다. 실제로 다음날 이들은 박 전 대통령과 면담했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재단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고했고,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통해 ‘법적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을 만들게 시켜 안 전 수석에게 송부해줬다. 문건에는 최씨가 재단 설립 등에 관여하더라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기재돼있었다.

1심 재판부는 “‘법적 검토’ 문건에는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최씨 개인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함으로써 민정수석실에서는 청와대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며 “우 전 수석 지시로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법적 검토’ 문건이 청와대의 대응 방침 및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 자료가 돼 안 전 수석과 최씨의 비위행위를 은폐하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어떤 과정에서 감찰 중단 결정을 내렸는지, 적극적으로 비위 은폐에 가담했는지를 검찰이 얼마나 규명하는지가 범죄 성립 여부를 가르게 된다. 조 전 장관 측은 자신과 박형철 전 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모인 이른바 ‘3인 회의’에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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