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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조국, 구속 갈림길에 서자 다시 주목받는 우병우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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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비위 행위를 발견하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해 2월 실형이 선고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1심 판결문 내용이다. 26일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면서 우 전 수석의 1심 판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조 전 장관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우병우에게 실형 선고한 1심 법원, “수사 등 조치 취했어야 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우 전 수석과 조 전 장관의 혐의는 유사하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최순실 등에 의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감찰을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에 대한 항소심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된 불법사찰 사건과 병합돼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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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조 전 장관은 유재수(구속기소)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조사를 무마시킨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구속 위기에 놓였다. 그는 “정무적 최종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했으나, 검찰은 “형사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즉 우 전 수석은 비위 의혹을 인지하고도 감찰하지 않은 혐의, 조 전 수석은 무마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선 1심 법원이 우 전 수석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규정한 ‘민정수석의 직무상 의무’를 예의주시한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우 전 수석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가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행위를 발견한 경우 등엔 감찰에 착수해 진상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등의 재단 관련 비위행위를 충분히 인식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인다”며 “민정수석으로서 진상조사나 감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진상조사 등 조치 없이 재단 설립 등에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면서, 최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별 문제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도 직무상 유 전 부시장의 비위행위를 인식하거나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감찰 지시 혹은 수사를 의뢰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진행 중이던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이 같은 행위가 직무상 규제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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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에 관한 1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정수석 권한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도

반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지나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정농단 특검이 2007년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 역시 2차례나 기각된 적이 있다. 당시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라며 “청와대가 이러한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고 반박한 바 있다.

이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한 조 전 장관 역시 “저는 검찰의 영장심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심사 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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