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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조국·유재수 공수처에 맡기면 지금 검찰처럼 수사했을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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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여야 ‘4+1’ 협의체가 24일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놓고 법조계의 우려가 거세다.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이 막판에 추가되면서 공수처가 검찰 수사를 통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비리 내용을 사전에 파악해 결과적으로 친여권 인사의 비리 수사에 구멍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법안 24조2항은 ‘다른 수사기관에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고위 공직자 범죄 등 사실의 통보를 받은 공수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 개시여부를 회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4조 4항은 ‘2항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실의 통보를 받은 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 기관의 장에게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로 적시돼있다. 공수처는 범죄 정보를 통보 받은 뒤 이를 자체적으로 수사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수처가 뭉개면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공수처에 대한 검찰의 수사 보고 명문화…“조국·유재수같은 수사 검찰이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항을 놓고 공수처가 검찰·경찰 등 각 수사 기관의 범죄 정보를 보고받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해 하달하는 것이어서 검·경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많다. 당초 민주당이 발의했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정부안에는 공수처가 필요에 따라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이첩해 가져갈 수 있게 돼 있는데다 공수처장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어 공수처가 정권의 입김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적잖았다.

여기에 ‘4+1 합의’를 거치면서 원안에 없던 규정까지 더해지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 권한은 무력화되고 공수처가 사건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된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그대로 살아남았다. 공수처에 부여된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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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공수처에 보고하는 규정이 추가된 데 대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검찰권을 무력화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권력 실세 수사 정보를 공수처에 보고하면 검찰 수사의 밀행성이 깨지는 것은 물론 공수처가 부패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가로막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법무법인 동인의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의 독립성에 치명적 요소”라며 “공수처가 검찰 보고를 받도록 하는 규정은 헌법상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에도 압수수색 전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는데 공수처에 보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법무부와 청와대에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던 일을 방지하고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못 대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공수처 구조 자체가 권력의 입김에 취약한 구조여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용두사미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김태현 변호사는 “검찰이 비리 수사 관련 보고를 공수처에 하도록 못 박은 것은 (공수처가) 옥상옥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라며 “공수처가 있었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일가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검찰이 지금 하는 것처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대한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는 지금과 같은 공수처법안대로라면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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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립 논의 과정 불투명…공수처 검사 자격 기준도 낮춰

공수처 설립 논의 과정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회의록도 없이 기존 수사기관의 권한을 넘어서는 절대권력을 지닌 집단을 창조하고 있다”며 “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항이 들어가는 것이고 누가 집어넣은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 자격을 ‘검사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10년 이상 경력자’ 가운데 재판·수사·조사 업무 경력 10년 이상 보유자에서 5년 이상 보유자로 원안보다 기준을 낮춘 것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 자격을 원안보다 낮춘 것은 선뜻 납득이 안 된다”며 “민변 소속 인사들의 공수처 참여를 염두에 둔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는 일반 형사사건과는 특성이 다른 만큼 해당 수사 경험과 노하우가 없으면 혐의를 인지해도 수사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력보다는 정권코드에 맞는 인사로 인원이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김태현 변호사는 “실력 있는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공수처 검사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고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지금 정부의 경우 민변 변호사 위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데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기록을 수사하는 형사사건도 아니고 기존 수사기록 없이 직접수사로 밝혀내야 하는 고위공직자나 판·검사 비리는 특수수사 경험이 없는 공수처 검사가 제대로 핸들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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