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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조국 구속영장 청구로 본 역대 법무장관들 '수난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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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김태정 장관 '옷로비' 사건에 연루돼 구속 / 김기춘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현재 재판 중 / DJ, 1964년 전 법무장관 구속 막으려 필리버스터

세계일보

23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은 영어로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를 이끄는 수장답게 현직은 물론 전직으로 물러나 앉은 다음에도 사법처리 대상이 된 전례가 드물다. 1948년 법무부 창설 후 대개 형사법에 밝은 법조인 출신이 장관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물론 전직 법무장관들 중에도 비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사례가 더러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된다면 71년 법무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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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되거나 구속 위기에 처했던 역대 법무장관들. 왼쪽부터 김태정, 김기춘, 홍진기, 김준연 전 장관. 법무부 홈페이지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이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영장 청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과 청두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한·중 및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차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출국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역대 법무장관들 가운데 구속된 이로 우선 김태정 전 장관(1999년 5∼6월 재임)을 들 수 있다. 검찰총장 시절 그의 부인이 대기업 회장 부인한테 고급 옷을 선물로 받았다는 이른바 ‘옷로비’ 사건이 직접적 계기였다. 의혹이 불거진 뒤 그는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으나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이 사건은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치며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결론이 났으며, 김 전 장관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노태우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장관(1991년 5월∼1992년 10월 재임)은 20여년 뒤인 박근혜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저지른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은 그가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을 주도한 단서를 잡고 구속했다. 이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승만정부 시절의 홍진기 전 법무장관(1958년 2월∼1960년 3월 재임)은 개인 비리가 아니고 당시 정권 차원에서 저질러진 범죄의 책임을 지고 구속된 경우다. 그는 법무장관으로 있다가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국민적 여론이 악화하자 경찰을 지휘하는 내무장관으로 옮겼다. 4·19혁명 당시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발포를 이유로 혁명 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형이 선고됐으나 박정희정부 출범을 계기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역시 이승만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김준연 전 장관(1950년 11월∼1951년 5월 재임)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국회의원의 지위 그리고 동료 의원의 도움으로 이를 피한 경우다.

사실 그는 법무장관보다 국회의원 5선을 기록한 유력 정치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64년 당시 야당 의원으로 활동하며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는데 그로 인해 당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 회기 동안 현직 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제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당시 같은 야당 의원이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목적으로 무려 5시간19분 동안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 연설에 나섰고 결국 김준연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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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모습.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은 이 장면은 김준연 전 법무장관의 구속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의정사에 영원히 남은 DJ의 필리버스터가 실은 전직 법무장관 구속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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