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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똘똘한 한채'도 예외없이 보유세 폭탄…고가 주택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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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공시가 현실화율 인상 필요 있지만

인상률 가파르고, 9억원 이상에 집중

오히려 조세 형평성 해칠 우려

중앙일보

17일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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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세 9억 이상 아파트 공시가를 대폭 올린다. 대출 제한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를 총망라한 12ㆍ16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공시가 인상에 나섰다. 공시가는 보유세 산정 기준 금액이고 건보료 등 60개 분야에서 지표로 활용된다. 16일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에 이은 공시가 상승으로 내년부터 고가주택·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가 급등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공평 과세’가 목표라지만 9억원 이상의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을 대폭 올려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도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69.1%다. 올해 대비 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같은 공동주택이더라도 가격 대별 편차가 크다. 9억~15억원은 70%까지,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최대 80%까지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9억 미만의 경우 현실화율 인상 없이, 올해 오른 시세만 반영해 내년도 공시가를 결정한다.

이를 적용하면 6억~9억 공동주택의 평균 현실화율은 67.2%인데, 30억 이상 아파트는 79.9%에 달한다. 시세 상승분과 별개로 고가일수록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이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보다 과감한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보면 30억 이상(69.2%)이 가장 높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가 주택 소유자의 경우 보유세에 이어 공시가 현실화율까지 차등 적용해 징벌적 규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실현되지 않은 이익인데도 정부가 명분만 내세워서 개인 재산을 가져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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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가격대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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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유형 간 편차도 커 공평 과세취지에 맞지 않는다. 같은 시세의 부동산이라도 공동주택이 내는 세금이 더 많다. 시세 15억짜리 공동주택의 내년도 공시가 현실화율은 74.6%인데 단독주택은 56%에 불과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주택시장에는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주택이 있어야 하는데 시세 9억원 이하의 주택과 시세 9억원 초과 주택으로 양분화시키는 제도가 형평성을 되려 해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그간 공시가 현실화율이 너무 낮아 제고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인상률이 가파르다는 지적도 많다. 12ㆍ16대책에서 종부세율까지 인상하겠다고 나선 터라 보유세 부담이 더 커졌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인기 지역의 ‘똘똘한 한 채’에 몰렸던 1주택자도 예외 없이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서울 마포구 마포ㆍ래미안ㆍ푸르지오(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내년에 올해 대비 50% 오른 369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내년에 50% 오른 63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보유세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양도세를 낮춰야 거래가 일어나는데 모두 틀어막아 문제”라며 “소득 없는 고령층일 경우 현금으로 내야 하는 세금 부담이 커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화율 적용 잣대가 되는 시세 기준도 불투명하다. 국토부가 기준으로 삼는 시세는 실거래가가 아니다. 실거래가, 민간기관의 부동산 매매가격 동향, 감정평가 선례 등을 종합해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적정가격’이다. 이현석은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의 오차범위를 고려해 완충효과를 주고자 시세보다 낮은 현실화율을 적용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시세와 공시가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정교하지 않은 계산법은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내년 8~9월께 중장기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문기 실장은 “공동주택ㆍ단독주택ㆍ토지 등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치는 동일하게 80~90% 수준이 될 거고, 도달 기간 등 종합적으로 담을 예정”이라며 “이 로드맵을 바탕으로 2021년 공시부터 적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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