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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쌍각류 껍데기 화석 통해 공룡대멸종기 데칸 화산 역할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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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 이전 바닷물 수온·유독성 수은 급증 확인

연합뉴스

리비아 페잔지역서 발굴된 멸종 굴 '아게로스트레아 운굴라타' 화석
[캘리포니아대학 고생물학박물관/ 카일 마이어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약 6천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소행성이 떨어져 멸종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공룡뿐만 아니라 지구 육상 생물 종의 75%를 사라지게 한 이 대멸종(K-Pg 멸종)에는 소행성 충돌 이전에 이미 용암을 내뿜기 시작해 100만년 이상 지속한 대형 화산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도 북서부에 '데칸 용암대지'(Deccan Trap)라는 거대한 흔적을 남긴 이 화산 폭발이 당시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을 굴과 조개 등 쌍각류(雙殼類) 껍데기 화석을 분석해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에 따르면 포틀랜드대학의 박사후 연구원 카일 마이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쌍각류 껍데기 화석을 통해 데칸 화산 폭발 때 기온이 오르고 수은 오염도 심해졌다는 점을 확인한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데칸 화산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연체동물, 특히 쌍각류의 껍데기 화석에 반영돼 있을뿐만아니라 화산에서 분출된 수은도 축적돼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다. 화산은 유독성 금속인 수은이 자연에 유입되는 가장 큰 통로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미국과 이집트, 스웨덴,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쌍각류 껍데기 화석의 탄산염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해 당시 해양 온도를 측정하고, 동시에 껍데기 화석에 축적된 수은 농도를 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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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섬에서 발굴된 백악기 쌍각류 껍데기 화석
[시에라 피터슨 제공]



그 결과, 바닷물 온도와 수은 농도가 동시에 급격히 올라간 신호를 지구 곳곳에서 포착했으며, 그 시점이 소행성 충돌 이전으로 데칸 화산 폭발과 시기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연구에서 해양 침전물의 수은을 분석해 데칸 화산 폭발의 시기와 규모 등을 분석한 적은 있지만 바닷물 온도변화까지 직접 연결시켜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특히, 산업폐기물로 수은에 오염된 현장인 버지니아주 셰넌도어 계곡의 민물에 사는 조개를 수거해 수은 농도를 비교한 결과, 대략적으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미시간대학 지구환경과학과 조교수 시에라 피터슨 박사는 민물조개를 채취한 셰넌도어 계곡은 산업폐기물에 따른 높은 수은 농도로 어로 활동이 금지돼 있다면서 "이 정도 수은 오염이 지구 전체에 걸쳐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간 지속했을 때의 환경적 충격을 상상해 보라"고 했다.

마이어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처음으로 단일 재료를 분석해 데칸 화산 폭발의 기후적, 환경적 충격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게 됐다"면서 "해양 온도가 갑자기 오른 점을 보여주는 샘플이 수은 농도도 최대치였다는 점을 함께 보여주고, 현대 수은 오염 현장에서도 이때와 비슷한 수치로 나타난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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