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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특별한 카드 없이 '대화' 의지만… 北 수용 가능성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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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만지작거리는 北에
대화·경고 메시지 동시 타전
전문가 "北 불러내기엔 약해"


파이낸셜뉴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북한에 비핵화 해법 논의를 위한 실무회동을 공식 제안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앨리슨 후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 후커 선임보좌관, 비건 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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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실무급 대화 재개를 전격 요청했다. 연내 데드라인을 설정한 북한 측에 대화 재개를 위한 '신호'와 북한이 추가도발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대비한 강력한 경고를 동시에 타전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입맛에 맞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를 수용할 수 없는 미국으로선 북한의 추가도발 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시행할 '명분'을 확보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건, 비핵화 시간벌기 나섰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지명자)는 16일 "비핵화가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데드라인(시한)은 없다"며 북한에 공식 회동을 제안했다. 이어 "지금은 일을 할 때고, 완수를 하자"며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고, 당신(북측)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이후 나왔다. 경색국면을 넘어 자칫 과거 북·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당시의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화의 손을 내민 셈이다.

비건 대표의 이 같은 대화 제안은 연말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연일 재촉하면서 ICBM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측의 강경한 움직임을 일단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 측에 아직까지 비핵화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 생각이 있으니 더 이상 미국을 자극하지 말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앞세워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 이행을 국제사회와 동시에 견인하기 위한 일종의 '멍석 깔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 "북측 수용 가능성 적어"

일단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동원하지 않은 이 같은 단순 대화 제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에 대해 '데드라인이 없다'고 맞받은 비건 대표의 말을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흥분한 북한이 추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이날 비건 대표의 발언을 뜯어보면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만한 특별한 내용 없이 대화 의지만 나왔는데, 현 상황에서 북한에 뭔가를 쥐여주지 않고는 대화 테이블로 부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조진구 경남대 교수는 "비건 대표의 데드라인 발언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에 미국이 구애를 받아 협상에 조급증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가 특별한 카드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실제로 대화가 열린다면 뉴욕 채널 등 여러 대화 창구를 통해 사전에 어느 정도 협의를 하고 물밑에서 만났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청한다고 해서 나올 북한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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