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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시비비] 자폐증 앓는 한국당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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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민주주의 정치에서 여당의 건강성은 곧 야당의 건강성과 맥을 같이한다. 굳이 따지자면 야당의 건강성이 더 먼저다. 권력을 쥔 쪽은 아무래도 현상 유지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집권 세력인 여당은 권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야당의 눈치를 보고 또 야당을 경계하는 데 익숙하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정치의 자연스러운 속성이 아닐까 싶다. 야당이 무능하고 병들었다면 어느 여당인들 긴장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집권 중반을 넘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오만이 이미 도를 넘어섰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한 그 엄중한 역사적 책무를 묻기조차 민망할 만큼 정권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청년들의 눈물, 중소기업들의 탄식,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지금 온 나라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1년 새 수억 원이 올랐다는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은 대부분의 국민을 '루저'로 만들고 있다. 가는 곳마다 "이건 나라냐"고 묻는 국민 앞에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더 큰 위기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한쪽이 죽어가면 다른 쪽은 살아나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민주 정치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몰락하더라도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민주 정치의 힘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는 그 대안이 돼야 할 제1야당 자유한국당마저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도무지 그들의 언행을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국민의 상식과도 멀어도 너무 멀다. 바른미래당이라도 '새로운 대안'이 되면 좋으련만 그쪽은 오늘도 당권 싸움이다. 실망을 넘어 '절망'이 지금 한국 야당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1야당인 한국당부터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을 멈출 수 있을 것이며 한국 정치가 더 건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판하고 압박도 하고 심지어 여론이 난타를 해도 한국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당은 이미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이젠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것도 외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당이 앓고 있는 병세는 '자폐증'에 가까워 보인다. 국민과의 소통이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 유대감도 별로 없다.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면서 분별력이 떨어진 아동기적 언행에 가깝다. 게다가 툭하면 집회요, 농성이다. 이처럼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심상치 않다. 그리고 우왕좌왕하는 정서적 불안도 뚜렷하다. 의학에서는 이를 자폐증이라 부른다. 한국당을 속 깊이 진단해본다면 아마 명의(名醫)의 결론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한국당을 향한 비하나 조롱이 아니다. 제1야당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외부의 명의를 구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는 충언이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가 예상된다는 것을 한국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언제까지 단식과 삭발, 농성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중도는 멀어지고 국민은 더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급한 대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당을 휘감고 있는 자폐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이 옳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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