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5 (수)

한국 온 비건, 北에 작심발언…"여기 있다, 연락하라" 회동제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6일 방한 첫 일성, 연이은 도발 이례적 비판

"카운터파트에게 직접 말한다. 우리 일 하자"

중앙일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열린 약식 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6일 북한의 ‘연말 도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북측에 “우리가 여기 있으니 연락하라”는 협상 재개 메시지를 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몇 달간 북한 관료들이 낸 다양한 코멘트를 면밀히 읽어봤다. 이는 미국과 한국, 일본과 유럽에 매우 적대적이고 부정적이고 매우 불필요한 성명들”이라며 “유감스럽다(regrettable)”고 밝혔다. 협상 총책임자로 북한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비건 대표가 북한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성명들은 연말 데드라인을 말하고 있지만 이 점에 대해 나는 절대적으로 확실히 해두고 싶다”며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의 약속들을 이행하는 목표가 있을 뿐”이라면서다.

비건 대표는 또 “우리는 희망하는 대로 진전을 보지는 못 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 일을 혼자서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밝혔듯, 미국은 현실적인 진전을 위해 창의적인 방법들을 제공했고,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고 양쪽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건 대표는 작심한듯 “따라서 오늘 북한의 내 카운터파트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한다”며 “이제 우리가 일(협상)을 할 시간이다. 일을 완수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협상 상대인 그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비건 대표는 “우리는 여기 있고, 당신들은 우리한테 어떻게 닿을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건 대표는 방한 전까지 뉴욕 채널을 통해 북측에 실무협상을 재개하자는 제안을 수 차례 했으나, 북측으로부터 끝내 답변을 듣지 못 한채 입국을 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한국 땅에서 ‘답 없는 북한’에 지금이라도 연락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며칠 전 했던 주요한 도발의 강력한 잠재력에 대해 완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하는데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그런 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았다”고 재차 경고했다.

비건 대표는 말미에 “앞으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이는 기독교 신앙이 있는 이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날”이라며 “이 기간이 평화로운 날들로 인도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연말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자, 비건 대표가 일종의 간절한 기도로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끝맺은 것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도중에도 교회를 찾을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이도훈 본부장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비건 대표는 외교와 대화를 통한 미국의 문제 해결 의지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의 모든 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수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관심사에 대한 논의'는 미국이 지난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측의 아이디어도 고려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본부장은 이어 “한·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긴밀한 공조 하에 양국의 공동 목표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함께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