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PVC에 공기 불어넣은 조각…‘놀이’가 시작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학고재갤러리 ‘프랑코 마추켈리’ 개인전

공간 통념 넘어선 관객과의 소통 눈길

“대표작 ‘A to A’ 공공에 개입한 작업”

아시아 최초 전시 내년 1월 12일까지

헤럴드경제

이탈리아 포스트 모던 조각의 선구자 프랑코 마추켈리의 첫 아시아 개인전‘고공회전, 당신보다도 격렬한’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사진은 ‘A to Z’ 설치전경[학고재갤러리 제공]작가는 개념미술이 태동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 광장에 바람을 넣은 PVC 조각을 설치, 행인들이 이 조각들을 가지고 놀도록 유도했다. 프랑코 마추켈리, A. to A. (이탈리아 토리노 예술고등학교), 1971, Mixed media 혼합매체, 40x30x3cm Photo(c)Trevor Lloyd [학고재갤러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넓은 광장, 공업용 PVC(폴리염화비닐)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이 자리잡았다. 원뿔, 원기둥 모양의 튜브는 바람을 넣자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튜브위에 앉고, 넘어다니며 ‘놀이’가 시작된다. 개념미술이 태동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 프랑코 마추켈리(Franco Mazzucchelli·80)의 ‘A to A’(Art to Abandon·유기하는 예술)가 설치된 풍경이다.

이탈리아 포스트 모던 조각의 선구자 프랑코 마추켈리의 첫 아시아 개인전 ‘고공회전, 당신보다도 격렬한’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 1999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밀라노 미술교류전’에서 그의 작품을 소개한 이후 20년만의 전시다.

전시엔 대표적 연작인 ‘비에카 데코라치오네’와 콜라주 연작,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PVC 공기 주입식 조각 등이 나왔다.

‘순수한 장식’이라는 뜻의 ‘비에카 데코라치오네’는 작가가 1971년부터 시작한 시리즈다. PVC 공기 주입 조각을 벽에 걸 수 있는 부조 형태로 제작했다. 늘 미술작업과 관객의 관계와 참여를 고민했던 작가에게 ‘비에카 데코라치오네’는 말 그대로 21세기의 미술이 ‘장식적 역할’밖에 못한다며 비꼬는 듯한 뜻을 담은 작업이기도 하다. 비에카 데코라치오네는 상업공간인 보석상에서 처음 선보였다. 상점 전체를 검은 ‘비에카 데코라치오네’로 덮어 공간에 대한 통념을 뒤집었고, 환경미술 작품으로 탈바꿈 시켰다. 장식적 조형에서도 예술성을 끌어낼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전달한다.

입으로 기계가 아닌 사람의 날 숨을 모아 부풀어 오르는 비에카 데코라치오네는 사실 자선경매용으로 시작했다. 작품마다 독특한 기호가 가득한데, 이는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보거나 수집한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전시장을 찾은 작가는 “PVC는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고 유연성과 탄력성을 지닌 재질”이라며 “직접 PVC를 제작하고 숨을 불어넣는 방식은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와도 연결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대표작인 ‘A to A’도 갤러리 안쪽 공간에 설치됐다. 예상을 뛰어 넘는 큰 설치작품은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공공에 개입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학생시절 미술관 밖과 공공장소에 관심이 많았다”며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1964년 프랑스에서 PVC 공기 주입식 조각을 설치했다. 장소마다 사람들의 반응이 달랐다. 한번은 공장 앞에 설치했는데, 점심시간이 다 지나도록 이것을 가지고 놀았다”고 말했다. 야외 전시를 위해 제작한 이 작품들은 관객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

마추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 작업하며 밀라노 브레라 순수미술학교 조각기술과목 교수로 재직했다. 제 15회 밀라노 트리엔날레(1973), 제 37회 베니스비엔날레(1976)등 미술과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꼽히는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공기 주입식 작품은 프랑스 카마르그, 이탈리아 밀라노, 볼테라, 베르가모, 바레세, 레이크 코모, 독일 뮌헨 등에서 설치된 바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