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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유흥업소 여성은 '손님 마음대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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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005년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남성의 유죄를 인정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유흥업소 앞/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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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내 성폭행' 판례 15년…"각오한 것 아니냐" 편견 여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최근 가수 김건모(51)가 유흥업소 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크다. 하지만 유흥업소 성범죄 사건을 향한 대중의 시각은 여전히 싸늘하다. 공공연히 성접대에 노출된 유흥업소에서 성범죄가 성립될 수 있느냐는 논리다. 2005년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성폭행한 범죄를 유죄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 인식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흥업소 직원은 돈만 내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또다른 '인권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업소 여성이 어떻게 성범죄 피해자냐"는 우문

이른바 '직업 여성'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가 동의했는지는 관심밖이었다. 금전적 대가를 바란 합의한 성관계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05년 노래방 도우미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을 맡은 김영란(63) 당시 대법관은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뒤집고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고 가해자의 폭행, 협박 등 강제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뒤늦게 유흥업소 내 성폭력을 범죄로 인정할 대법원 판례가 확립된 뒤에도 "유흥업소 종업원이 어떻게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성범죄 성립의 조건은 '상대방의 동의'다. 상대방이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성적 행위를 했다면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성범죄로 본다. 피해자가 동의 의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성범죄 역시 준강제추행과 준강간(형법 제299조)으로 처벌한다. 성범죄 판단에 상대방 동의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성폭력이란 피해자가 합의 없는 성 행위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 범죄로, 유흥업소라도 이 개념은 변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는데 추행과 성관계 등을 했다면 당연히 성폭력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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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김영란 당시 대법관은 유흥업소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유죄로 확정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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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성범죄 사건은 성 접대가 오가는 업소 특성상 '대가성'도 주요 쟁점이 된다. 장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유흥업소 직원이 성관계를 한 후 대가를 받았다면 성폭력 범죄로 인정받기 굉장히 어렵다. 다만 단순히 돈을 받았으니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보는 시선은 위험하다"며 "업소 특성상 남성 손님은 어떤 형식으로든 성관계가 성사됐으니 대가를 지불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성이 성관계 의사가 있었는지, 어떤 경위로 고소에 이르게 됐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희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 변호사는 "이른바 '대가', 즉 돈이 오갔을 경우 성범죄가 아닌 성매매 사건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하게 된다. 유흥업소 종사자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판단하기 모호하고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여성이 성매매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고 대가를 지불한 건 아닌지 대가를 교부한 경위를 보고 양측의 주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각오하고 일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

1992년 경기 동두천시 미군기지촌에서 일하던 윤금이(당시 26세) 씨가 미군 이병 케네스 마클(당시 20세)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주한미군이 한국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시신을 훼손한 무거운 범죄였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달랐다. 고인이 기지촌 유흥업소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7년이 지난 1999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펴낸 '한국여성인권운동사'에서 여성학자 정희진 씨가 기고한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에 따르면 최초 고발자는 같은 기지촌에서 근무하던 여성 A씨였다. A씨는 자신이 '떳떳치 못한' 기지촌 여성이라 집주인 이름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동료의 죽음을 고발하면서 사건 신고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윤 씨의 사망으로 '반미투쟁'이 본격화되자 일부 시민들은 윤 씨가 유흥업소 여성인 점을 강조했다. 정희진 씨는 같은 글에서 "공무원, 경찰, 보수적인 일부 시민들은 '양공주 하나 죽었다고 세상이 왜 이리 시끄럽냐. 그런 여자는 어느 정도 각오하고 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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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JYJ 멤버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6년 고소인이 근무하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 종업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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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9월 가수 박유천(33)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맞고소당한 전직 유흥업소 직원 B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B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성폭행을 당해도 되고 피해사실을 신고 했을 때 무고라고 취급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흥업소 직원의 성범죄 피해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약 30년 전 "그런 여자는 어느 정도 각오하고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금의 '강간과 추행의 죄'는 애초 '정조에 관한 죄'로 불렸다. 1995년 지금의 이름으로 법규는 바뀌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범죄 사건에 있어 피해자 인권을 보호해야한다는 큰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여성과 아닌 여성으로 이분화해 성범죄에 접근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흥업소 내는 사실상 치외법권의 공간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객은 돈을 냈다는 이유 하나로 어떤 식으로든 여성 종업원을 다룰 수 있게 용인된다. 21세기에 이런 인권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에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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