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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크리스마스 악몽 다가오는데…정부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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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25일 전후 ICBM 발사 징후 높아져

미·일과 공조하고 중국 설득 노력 시급

군사와 전쟁학 대가인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조만간 두 번째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경고할 만큼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도 13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다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direct) 위협이 될 것”이라며 “외교적인 노력이 실패하면 억지력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거침이 없다. 8일에 이어 13일에도 당초 ‘폐기’를 약속했던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하루 전 나온 발표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협상은 없으며,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ICBM 발사를 강행할 것”이란 협박으로 봐야 한다. 상황이 워낙 엄중해서인지 비건은 방한 이틀째인 16일 1년 3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대북 정보를 공유하고 한·미 공조를 강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는 핑계로 지난 2년간 유지해 온 ICBM 발사, 핵실험 유예 약속을 깨고 도발을 재개하려는 명백한 징후를 보여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먼 산 불구경하듯 침묵으로 일관해 존재감 상실을 자초했다. 이제라도 ‘한반도 운전자’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비건의 방한을 계기로 흐트러진 한·미 공조부터 확실히 재건해야 한다. 북한이 ICBM이나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로켓을 쏘면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한·미 연합 훈련 재개 등 군사적 압박도 확대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오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도 중요하다. 북한이 2년 만에 대미 직접도발 모드로 돌아선 건 중국이 남몰래 북한에 에너지·식량 지원을 해주고 접경 무역도 허용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청두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분명한 목소리로 “지금은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해 도발 중단을 끌어낼 때”라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는 일본과의 관계 회복도 절실하다. 문 대통령이 청두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면 징용 문제와는 별개로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유지를 비롯한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안보와 과거사는 다른 문제 아닌가.

지금 워싱턴은 대선 정국에 돌입한 가운데 트럼프 탄핵안이 하원 통과 턱밑까지 가 있어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도발을 강행하면 트럼프는 ‘코피 작전’ 같은 군사행동으로 정치적 궁지에서 벗어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국민 입장에선 너무나 불안한 연말이다. ‘북한의 선의’ 같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만 기댄 비현실적 정책 대신 대한민국의 안보와 실익에만 집중하는 냉정한 외교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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