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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자24시] 폐업 때 지원신청 안하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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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원금 안 받고 그냥 폐업하는 사장님들은 바보." 인테리어·기술자 통합모임 사이트에서 '사업정리 컨설턴트'라고 신분을 밝힌 네티즌이 얼마 전 '점포철거 및 원상복구를 함께할 파트너 업체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폐업을 앞두고 있는 소상공인은 2019년부터 정부지원금이 200만원 나오니 그 이하로 철거를 의뢰받은 사업자는 폐업 점주를 설득해 200만원 지원금을 타 보자는 제안이다.

이 네티즌이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폐업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점포철거비를 지원받은 소상공인들은 2017년 110명에서 올해 10월 말 3556명으로 32배가량 늘었다.

공단 위탁을 받아 컨설팅을 진행하는 컨설턴트들은 건당 3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소상공인 지원 사업이 확장하면서 컨설턴트들도 늘어나는 추세라 이들 사이에도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거기다 공단은 소상공인들이 주장하는 소득이 맞는지 어떠한 증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컨설턴트-소상공인-철거업체' 간의 '짬짜미' 등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소상공인 지원책의 방향이 적절한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폐업자 수가 점차 늘고 있는데 이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자 수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지원하는 일은 실패에 따르는 비용을 낮춰 준비 안 된 자영업자를 양성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창업교육 등에 투입돼야 할 소중한 예산도 낭비된다.

한 컨설턴트는 "폐업한 사람들이 주로 재창업을 많이 하는데, 이 중 기본적인 상권이나 사업 아이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그래도 자영업이 낫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컨설턴트는 "부동산 임대차계약 등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이 불쑥 상가를 계약하고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는 사장들이 대부분"이라며 "1~2년은 창업 공부를 한 뒤 뛰어들기를 권한다"고 했다. 준비 안 된 이들에게 폐업 지원금까지 지원하는 일은 고기를 잡아주는 데서 더 나아가 떠먹여주는 일이 될 수 있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헛수고다.

[유통경제부 = 강인선 기자 rkddls4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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