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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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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다학제 진료로 난치성 난임 극복, 임신·출산 성공률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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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가로막는 중증 자궁 질환

수술·분만 등 분야별 전문의 진료

가임력 보존, 출산 때까지 관리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중앙일보

신지은 교수와 정상희 교수, 최민철 교수(왼쪽부터)가 자궁선근증을 치료하고 출산한 박모씨의 난임 치료 과정을 되짚어보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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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4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던 박모(37)씨는 지난해 2월 난임으로 병원을 찾았다. 평소에 생리통이 심했고 생리량도 많았다. 검사 결과 자궁내막 조직이 본래의 자리가 아닌 근육층에 자란 자궁선근증 때문에 자궁 크기가 평균보다 3~4배 커져 있었다. 좌우 난소에도 내막증이 발견됐다. 피검사에서는 난소암이 의심될 만한 종양 표지자 수치가 나왔다. 임신이 쉽지 않았다. 박씨의 주치의인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신지은 교수는 “선근증은 난치성 난임의 원인 중 하나로 수술 난도가 높고 자궁 건강의 회복도 쉽지 않다”며 “특히 박씨는 가임력의 지표 중 하나인 난소 기능마저 또래보다 뚝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난임 환자인 김명희(44)씨는 30대 중반에 10여 개가 넘는 다발성 자궁근종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자연 임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해 난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다발성 자궁근종이 재발했다. 김씨는 여러 번의 다발성 자궁근종 수술로 유착이 심했으며 자궁 모양에도 기형이 있었다.



부인과 질환 악화 후 임신 시도 환자 증가



박씨와 김씨처럼 자궁 질환의 중증도가 심해 임신이 쉽지 않은 난치성 난임 환자가 적지 않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송인옥 교수는 “결혼과 임신 연령이 빨랐던 과거에는 비교적 초기에 부인과 질환을 발견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산부인과를 찾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인과 질환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 각종 부인과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한 후에야 임신을 시도하는 환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의 임신·출산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은 ‘다학제 진료’다. 부인과 수술과 난임 시술, 임신·분만을 전문으로 보는 각 분야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진료하면서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적용한다. 송 교수는 “같은 산부인과 의료진이더라도 수술과 난임 시술, 고위험 산모의 임신 유지와 분만을 담당하는 분야가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다”며 “난도 높은 난임 환자의 진단·치료 과정에도 다학제가 적용되면서 임신·출산의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 자궁선근증으로 임신이 힘들었던 박씨의 치료는 이렇게 진행됐다. 의료진은 우선 박씨의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시험관 시술로 배아를 동결한 뒤 부인과 질환을 수술한 다음 배아를 해동해 이식하기로 했다. 박씨는 먼저 자궁선근증과 자궁근종, 난소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부인암센터 최민철 교수는 “박씨의 경우 혈액검사 결과와는 달리 다행히 암은 아니었지만 선근증 덩어리의 크기가 10㎝가 넘었고 자궁벽 두께는 5㎝(정상 2㎝ 내외)로 굉장히 두꺼워진 중증 선근증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궁을 살리면서 선근증을 절제하는 건 난도가 높은 수술”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마무리돼 자궁을 보존한 박씨는 자궁 건강을 회복한 다음 배아를 이식해 쌍둥이를 임신했다. 이때부터는 적정 출산 시기까지 임신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최 교수는 “자궁선근증의 합병증 중 하나는 임신 30주가 넘어갔을 때 자궁벽이 약해져 터지는 자궁 파열”이라며 “이런 경우 산모도 태아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철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험 산모였던 박씨의 임신 유지와 출산 과정에는 산부인과 정상희 교수가 합류했다. 정 교수는 “조산을 하면 아이에게 후유 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재태 주수(태아가 엄마 배 속에 있는 기간)를 오래 끌고 가는 게 좋지만 박씨의 경우 재태 주수가 길어질수록 자궁벽이 얇아져 자궁 파열 위험도 컸다”며 “태아의 성장 발달과 자궁 파열 위험 사이에서 분만 시기를 고려하며 철저히 관찰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분당차병원 난임센터에서 다학제 진료로 난치성 자궁 질환을 극복하고 건강한 딸을 출산한 김명희씨(앞줄 가운데) 가족과 의료진.





자궁 건강 회복한 뒤 시험관 시술로 임신



박씨는 임신 기간 조산 여부에 영향을 주는 자궁 수축 정도와 자궁 경부 길이, 자궁벽 두께를 꾸준히 검사하면서 조기진통을 예방하는 약물을 투여받았다. 박씨는 지난 10월 임신 33주째에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건강하게 출산했다. 신지은 교수는 “박씨처럼 자궁선근증 절제 수술 후 쌍둥이를 임신·출산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유사한 사례를 모아 임신 주수에 따른 대응 처치와 평균 분만 시기 등을 의료진이 모여 논의하고 조율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발성 자궁근종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김씨도 지난 11월 시험관 시술로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송인옥 교수는 “다발성 자궁근종이 재발해 병원에 온 때 김씨는 43세로 이미 나이가 많아서 조금이라도 빨리 난자를 채취하는 게 배아의 질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의 하나였다”며 “자궁근종 수술 후 회복하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수술을 하기 전에 난자를 채취해 배아를 만들어 동결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도 앞서 박씨처럼 산부인과의 각 분야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로 건강한 출산을 도왔다. 신지은 교수는 “난임에서 시험관 시술의 과정 등 표준 치료가 있기는 하지만 난치성 난임의 경우 환자의 질환 종류와 경중도가 워낙 다양하다”며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치료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임상 경험과 다학제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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