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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030 리스펙트] 청년 정치, 그게 뭐예요? / 허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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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허승규 ㅣ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청년 정치’를 말한다. 청년과 멀어 보이는 자유한국당도, 새로운 보수를 내건 신당들도 ‘청년 정치’를 말한다. 집권 여당, 제3지대, 진보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직선거에 출마한 만 30살인 필자는 ‘청년 정치’를 말하는 여러 자리에 불려가곤 한다. 문득 의문이 든다. 선거철마다 들려오는 청년 정치, 대체 무엇인가? 최근 여러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과 그놈의 ‘청년 정치’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하지만, 평생 ‘사랑, 그게 뭘까’ 하는 것처럼. 어렵지만 청년 정치가 무엇인지 써본다.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에 반대하는 정치다.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와 다른 정치다. 그럼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의 무엇을 반대하는가? 기성 정치와 대체 무엇이 다른가?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의 제도·내용·주체의 혁신을 바라는 정치다.

먼저 제도의 혁신이다.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와 정치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게임의 규칙이 달라야 한다. 과정이 달라야 한다. 과정이 다를 수 있게 조건을 바꿔야 한다. 고비용 선거구조는 기성 정치에 유리하다. 부동산·지역구 중심의 소선거구제는 특정 세대와 계층에게 유리하다.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와 다르게 정치할 수 있도록 기존 정치시스템에 맞서야 한다. 게임의 규칙 안팎을 넘나들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왜 청소년 시민권은 제한되는지, 왜 막대한 재산이 선거 참여의 조건이어야 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둘째는 내용의 혁신이다. 사회 변화를 담아야 한다. 특정 시기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세월이 흐르면 변화를 요구받는다. 기존 삶의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먼저 변화를 이야기하긴 쉽지 않다. 특히 세대 정의는 기성 정치가 놓치는 영역이다. 저성장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 정치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파괴적인 변화보다, 다양한 이들을 고려한 정의로운 전환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관점이 다르면 대안도 달라진다.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의 얼굴만 바꾸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내용이 달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체의 혁신이다. 청년 정치의 최대 쟁점은 ‘나이가 혁신의 기준일 수 있는가’다. 나이는 경향성이다. 나이 자체가 절대적 가치일 순 없다. 나이를 불문하고 생각이 혁신적이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은 열광한다. 노회찬이 젊어서 우리가 열광했던가. 다만 젊은 세대가 새로운 가치에 친화적인 것은 인류 고금의 흐름이다. 고대 문명의 유물에도 ‘요즘 젊은것들’을 우려하는 말이 있다.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과 ‘꼰대들’의 갈등은 인류의 영원한 속성이다. 세대를 절대시할 필요도 없고, 세대를 변화의 변수에서 제외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변화의 정치를, 새 정치 또는 대안 정치보다, 청년 정치라 말하길 선호하는 이들은 세대가 지닌 변화의 가능성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닐까. 나이 자체보다, 세월의 변화를 예리하게 읽어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내가 1994년생 녹색당 신인 정치인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젊어서가 아니다. 세월의 흐름을 읽고, 변화의 정치를 실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청년 정치는 새로운 정치의 출발선이어야 한다. 종착역이어선 안 된다. 청년 정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정치 주체의 평등한 정치 참여로 나아가야 한다. 나이의 젊음에만 주목하는 대신 생각의 젊음을 지향해야 한다. 젊은 생각, 다른 정치가 청년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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