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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오미자·사과…향토의 맛 담은 수제맥주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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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부산 북구청이 내년 1월 공식 오픈해 부산 수제맥주 5종류 이상을 판매할 `밀당 브로이` 펍 야외공간에서 마을공동체 네트워킹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 = 부산 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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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언양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국도 35호선을 따라 가다 보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이 눈에 띈다. 이 건물은 울산 맥주로 알려진 수제맥주 브랜드 '트레비어'를 생산하는 양조장이다. 양조장은 연간 100만ℓ의 생산 규모로 2개 공장에서 매년 50만~60만ℓ의 수제 맥주를 생산한다.

트레비어를 제조하는 비어포트는 2003년부터 '맥주도 지역 특산물이 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수제맥주를 생산 중이다. 생산된 수제맥주는 울산을 비롯해 대구, 광주, 여수, 순천, 춘천 등 전국 15개 지점으로 공급된다. 울산 대표 맥주로 인정받으면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공식 건배주로 지정되기도 했다. 양조장 옆에는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인근 부산과 대구 등에서 매달 1000명 이상이 양조장을 찾는데 이 중 5~10%는 외국인이다. 비어포트는 앞으로 울산지역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맛볼 수 있도록 캔이나 병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소주, 막걸리에 이어 맥주도 지역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 제조업체가 생기면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하는 모양새다.

맥주 지방시대가 열린 것은 국내 맥주시장에 수제맥주 열풍이 불면서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과 홍대 근처 몇몇 펍에서 자체적으로 맥주를 양조해 판매하던 게 2010년대 초반이다. 이후 불과 몇 년 새 전국적으로 펍과 브루어리(양조장)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추세다. 수제맥주 열풍이 가능했던 것은 2014년 주세법 개정 덕이다. 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외부 유통이 허용됐고,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세율 인하 등 규제 빗장이 크게 풀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 정부가 내놓은 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들이 생산한 제품도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전국에 산재한 수제맥주 업체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경북 문경에 있는 '가나다라브루어리'는 국내 대표적인 수제맥주 제조업체다. 2016년 창업한 가나다라브루어리는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와 사과를 활용하고 있다. '점촌IPA' '문경새재 페일에일' '오미자 에일' '사과 한잔' 등 독자기술로 생산한 수제맥주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급성장하는 추세다. 창업 2년째인 2018년 매출 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매출 12억원, 2023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3명으로 시작한 직원도 20명으로 늘어난 데다 내년에는 5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를 다녀가는 방문객이 연간 1만2000여 명이나 된다. 가나다라브루어리는 지역 농업인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사과의 경우 5t가량이던 납품량이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올해 30t을 넘어 내년에는 60~80t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가나다라브루어리는 인근 용지 1만1500㎡를 매입해 공장 신설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제주도도 수제맥주의 성지다. 제주맥주가 지금까지 시장에 선보인 제품은 '제주 위트 에일'과 '제주 펠롱 에일' 2가지.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전국 주요 대형마트 입점률 90% 이상을 달성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 7월 연간 생산량 4배 증가 수준으로 양조장을 증설하는 등 다양한 맥주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현재 백년초 등 제주 원료를 사용한 에일류부터 위스키 배럴 숙성 맥주, 스타우트 맥주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지자체가 직접 전용 펍을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사례도 생겼다. 부산 북구청은 구포동에 있는 구청 소유 건물에 수제 맥주 펍 '밀당 브로이'를 내년 1월 오픈할 예정이다. 북구청은 부산에서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업체 9곳 (갈매기브루잉, 고릴라브루잉, 부산맥주, 쓰리몽키즈, 와일드웨이브, 프라하993, 허심청브로이, 테트라포드, 핑거크래프트) 중 공모를 통해 갈매기브루잉을 선정해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부산 수제맥주 5종류 이상을 판매하고 인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서 파는 음식을 반입할 수 있게 했다.

[박동민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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