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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연합시론] 北 잇단 중대시험 발표속 비건 방한…게임체인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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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반도 '안보시계'가 북한이 설정해 놓은 '연말 시한'에 쫓기듯 긴박하고 바삐 돌아가고 있다. 북한이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무언가 '기획된 선물'을 내놓을 것처럼 잔뜩 복선을 깔아놓은 상황이어서 긴장감도 덩달아 고조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그 예고편 격으로 주말에 두 번째 '중대시험'을 했노라고 발표했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엿새 만에 재차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말하고, 그 결과를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데 적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표는 결국 미대륙 타격 능력이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엔진 시험 성공과 성탄절을 즈음한 발사 가능성을 동시에 암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에 대한 최후통첩성 압박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바야흐로 한반도는 가장 중요한 일주일에 진입하게 된 셈이다.

이런 긴장되고 유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키맨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가 어느 정도 유연한 입장과 더 나아가 '히든카드'를 들고 왔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연말 안보 풍향계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형태 메시지를 소지하고 왔다면 고무적인 일을 기대해 봄 직하다. 이를테면, 비건이 판문점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전격 회동해 그간 얽혔던 문제들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번에 끊어내는 일이다. 즉, 팽팽한 대치에서 벗어나는 게임 체인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건 대표가 방한 길에 오르기에 앞서 워싱턴 공항에서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고 한 대목에만 집중한다면 이번 방한에 크게 기대 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교관들은 대체로 허장성세보다는 기대치를 일단 낮춰놓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냉정함은 잃지 않되 낙관적인 전망에 아예 문을 닫아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16일 비건 대표를 단독 접견하기로 한 일은 주목할만하다. 두 사람의 단독 접견이 무려 15개월 만이라는 점은 그만큼 현재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 접견에서 북한 시계의 회전을 멈추게 하거나, 시침을 멀찌감치 뒤로 미뤄놓는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수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적립한 신뢰 관계를 한 번에 날려버리기에는 그 매몰 비용이 너무 아깝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고조됐던 '화염과 분노' 시절로의 회귀만큼은 안 된다. 지난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과 미국은 다름과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을 것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 무엇을 절대 허용할 수 없는지도 파악했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 편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장외 플레이어들의 입장도 미국에 명료하게 전달됐다. 평행선 사이에 점을 찍어서라도 접점을 찾아내는 게 협상이고 외교이다. 벼랑 끝까지 몰려있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손을 내밀어 일단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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