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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적 레이더 전파 역추적해 위치 파악… 90km 밖에서도 적중 가능 [한국의 무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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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유도무기 / ⑧ 對레이더미사일 / 탄두에 고정안테나·탐색기 장착 / 걸프전·이라크전 등서 혁혁한 전과

세계일보

정밀폭격과 신속한 타격 작전으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핵심 전력은 공군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강 공군력을 갖춘 미국도 이라크군 방공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다국적군이 공습을 앞두고 이라크군 레이더부터 파괴한 이유다. 이때 투입된 무기가 대(對)레이더미사일이다.

대레이더미사일은 적 레이더가 가동되는 특성을 이용한 무기다. 하늘을 감시하는 레이더는 어떤 형태로든 전파를 발산하게 된다. 이를 역추적하면 레이더 위치를 파악해 공격할 수 있다.

전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대레이더미사일은 베트남전쟁에서 사용된 AGM-45 슈라이크(Shrike)다. AGM-45는 베트남전쟁 당시 북베트남을 공습하던 미 해군과 공군 전투기를 위협하는 러시아제 SA-2 지대공미사일 유도용 레이더 파괴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사거리가 10∼40㎞에 불과했고, 탐지범위가 넓지 않아 운용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

이에 미군은 1980년대 중반 새로운 대레이더미사일인 AGM-88 함(HARM)을 실전 배치한다. 한국 공군도 운용 중인 함 미사일은 적 레이더 시스템을 탐지해 파괴하는 능력을 한층 높였다. 적의 레이더 전파가 발신되는 곳으로 미사일이 날아가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은 탄두 부분에 장착된 고정 안테나와 탐색 장비에 의해 작동한다. 연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고체연료와 로켓엔진을 사용하며, 최대 사거리가 90㎞에 달해 먼 거리에서도 적 레이더를 공격할 수 있다. 최대속도도 기존보다 50% 가까이 높아져 공격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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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미사일은 1986년 미군의 리비아 시드라만 공습에 처음 투입됐다. 당시 미군은 리비아가 지중해 연안에 설치한 레이더에 함 미사일을 발사해 리비아군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1991년 1차 걸프전에서 미군은 함 미사일을 대량 투입해 이라크군 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후 코소보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에도 사용됐다.

대레이더미사일이 등장하면서 이를 회피하는 기술도 진화하는 모양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지상 레이더를 끄는 것이다. 레이더가 멈추면 전파 발신도 중단되므로 대레이더미사일 공격을 회피할 수 있다. 이 같은 회피기술을 극복하기 위해 지상 레이더가 작동을 멈춰도 전파 발신 위치를 기억해 공격하는 AGM-88E 미사일이 생산되고 있다. AGM-88E는 관성항법장치(GPS)를 내장하고 있어 미사일 발사 후에도 적 지상 레이더나 미사일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정밀타격한다.

레이더 파괴작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레이더미사일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함 미사일은 한국을 포함한 서방국가 공군의 주력 무기로 당분간 계속 운용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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