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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뉴스프리즘] 끊이지 않는 동물학대 범죄…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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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즘] 끊이지 않는 동물학대 범죄…해법은 없나

[명품리포트 맥]

▶ 잇단 동물학대 범죄…솜방망이 처벌 '여전'

지난 7월 서울 경의선 책거리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고양이 '자두.'

범인 39살 정 모 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자두가 뛰놀던 앞마당엔 동물보호 현수막이 달리는 등 많은 게 바뀌었지만 주인 A 씨는 좀처럼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우울 증세로 A 씨는 다섯달째 정신과 치료 중입니다.

< A 씨 > "자식 잃은 마음이 6개월로 어떻게 보상을 받겠어요, 솔직히. 힘들어요. 어찌 보면 평생 갈 거 같아요. 마음속에…"

범인이 항소까지 해, 자두의 억울한 죽음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 A 씨 > "이것도 줄어들면 어떡하나, 집행유예로 나오면…솔직히 겁나요. 이 동네 사는 애인데 보복할까 봐, 나머지 애들도 걱정되고…"

자두를 살해한 범인에겐 동물학대죄보다 형량이 높은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돼 그나마 징역 실형이 선고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주인이 없는' 동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동물학대죄만 적용된 경우 처벌이 터무니없이 약하단 겁니다.

지난해 3월부터 동물학대죄 최고형량은 징역 2년, 벌금 2,000만원으로 2배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1심 판결을 살펴보니, 징역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전보다 되레 줄어 전체 2%에 그쳤고 벌금형은 늘어 64%로 가장 많았습니다.

소극적인 건 수사기관도 마찬가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최근 5년간 2배 넘게 늘었지만 구속 수사는 매년 1건 수준에 그쳤습니다.

검찰은 넘겨받은 사건 절반을 아예 재판에 넘기지도 않았고, 그나마 법원에 넘긴 사건도 90% 이상은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권유림 / 법률사무소 율담 변호사> "동물보호법이 이만큼 개정됐고, 사람들의 인식이 이만큼 개선돼서 변화하고 있으면 법원이나 수사기관도 바뀌어야 돼요. 물건을 갖다 부시는 게 강아지를, 남의 개를 죽이는 것보다 더 중하게 처벌될 수 있다란 현실이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죠."

이런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는걸까.

동물학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길고양이 4마리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짜릿했다"는 후기를 올려 경찰에 고발됐고, 부산에선 여자친구와 헤어져 기분이 나쁘단 이유로 PC방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학대한 뒤 3층에서 내던져 죽게 한 만 18세 종업원이 불구속 상태로 지난주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연합뉴스TV 박수주입니다. (sooju@yna.co.kr)

▶ 생명 경시하는 동물학대…"인간 향한 범죄의 전조"

4년 전, 모두 7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인 제이슨 브라운.

미국 네바다 주 법원은 이 남자에게 징역 28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지난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동물보호법에 서명하면서 동물학대 범죄를 각 주가 아닌 연방 차원에서 더 강하게 처벌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동물학대 범죄를 심각하게 여기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잔혹한 동물학대에 대해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징역 5년을, 핀란드는 4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동물학대에 대해 왜 이렇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걸까.

이들 나라는 동물을 향한 공격성이 사람을 상대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집중합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잭 레빈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동물 학대를 한 사람이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유영철과 강호순, 이영학 등 사회를 경악케 했던 범죄자들은 범행 전 동물을 상대로 살인을 연습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윤호 /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동물 생명을 경시했던 사람일수록 인간 생명을 경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충분히 추정해 볼 수 있는 거죠."

이 때문에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동물학대 범죄를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동물학대 범죄자의 범죄 정보를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추적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자가 향후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사회적으로는 사회를 더 잔혹하게 이끌어가는 사회 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생명이 있는 동물을 잔인한 방식으로 대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와 대립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고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인간의 삶을 위해서라도 동물을 학대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 동물학대방지 요구 거센데…법안 처리는 뒷전

생방송을 진행하던 유튜버가 반려견의 머리를 수 차례 때립니다.

강아지를 높이 들어 올려 힘껏 침대로 던져버리기도 합니다.

신고 받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가해자는 도리어 큰소리를 칩니다.

<유튜버> "내 강아지 내가 때려서 키운다는데 잘못한 거예요? 내 맘이에요."

충격적인 동물학대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은 처벌도 보호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처벌을 더 강화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답변과 동시에 국회 법안 처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동현 / 농림축산식품부 복지팀장> "동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을 유형별로 차등화해 실효성을 높여가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관련 법안의 논의가 하루 빨리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안과 동물을 임의적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각각 계류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과 동물을 이용한 도박의 광고·선전 시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눈치 보기에 법안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상돈 / 바른미래당 의원> "농해수위 위원들이 지역구가 대부분 농축산업에 강한 지역구이기 때문에 그것이 원인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는 동물보호법 자체를 농해수위가 아니라 환노위로 가져와야 된다. 환경부가 책임을 지고 행정을 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죠."

동물보호단체들은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 법안들이 반드시 통과되어야한다고 말합니다.

<김현지 /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 "동물이 생명으로서 제공받아야할 관리와 보호기준을 만들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준수해 동물학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동물 보호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합니다."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 발의돼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이 국회에서 하루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hanj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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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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