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앞에서는 '예산안 대치'…잇속 챙기기엔 한마음
[명품리포트 맥]
512조 3,000억원.
새해 예산안 통과는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으로 제 1야당과 합의 없이 진행됐습니다.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자유한국당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일명 4+1 협의체와 예산안 심사를 해왔습니다.
결국 본회의 당일, 한국당이 태도를 바꿔 협상에 참가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민주당은 4+1 협의체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것입니다.
국회의장석으로 뛰쳐 나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현장음> "문희상은 사퇴하라! 문희상은 사퇴하라! 아들 공천! 아들 공천!"
예산안 통과 이후에도 의장실로 몰려가 항의 방문을 했고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이 주승용 부의장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직권상정과 야당을 뺀 단독 처리가 반복됐는데요.
특히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했던 2010년에는 당시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주먹다짐까지 벌였습니다.
폭력국회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여야는 결국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올해 처음으로 이 관행이 깨진 것입니다.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아무리 어려워도 정기국회를 넘겨서 예산안을 처리한 적이 없었습니다.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들, 정부 관료들이 한통속이 돼서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입법권을 침탈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막상 예산안이 처리되자 정작 죽일 듯이 싸우던 의원들이 너나없이 홍보자료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예산왕', '맹활약', 하나같이 지역구 예산을 많이 따왔다는 자랑이 가득했습니다.
한국당 장석춘 의원이 지역구인 구미에 295억원 예산을 따왔다고 자랑하자,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민망하다고 맞받아치는 등 온라인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 예산결산위원 등 '실세'들도 정부안보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늘어난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세종시 교통 안전 환경 개선 사업에 5억원 이상을 더 확보했고,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정부안보다 52억을 증액했습니다.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정부안에 비해 지역 관련 예산을 100억 원 넘게 늘렸습니다.
합의 처리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던 여당도, 세금 도둑이라며 예산안 통과를 맹비난하던 야당도, 총선 표심을 앞두고 잇속 챙기기에는 한마음 한뜻이었습니다.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가져오려는 의원들의 노력을 마냥 나쁘게 볼 수 만은 없을 겁니다.
지역민들은 어떻게든 예산을 많이 끌어오는 의원을 좋게 평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다 막판에 쫓겨서 하는 졸속 심사 이후에는 꼭 도로나 건물 등 사회간접자본, SOC 예산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심의를 거치면 정부가 낸 안 보다 전체 지출은 줄어드는데, 정작 지역 민원성 SOC 예산은 수 조원대가 늘어납니다.
심지어 정부가 제출하지도 않았던 예산이 정말 타당한지, 먼저 반영돼야 할 정도로 급한지 조사나 검증도 없이, 깜깜이 속에서 좌지우지되는 것입니다.
이런 깜깜이 심사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원래 국회 예결위 산하 예산소위에서 증액과 감액 심사를 해야 하지만, 법정 시한내 처리 불발로 해마다 예결위 3당 간사가 모인 협의체, 일명 '소소위'를 가동해왔는데요.
특히 올해는 소소위 구성을 두고서 공방하다가 협상이 멈춰섰고, 그 후부터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에서 심사를 벌였습니다.
소소위나 4+1 협의체나,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회의 내용도 비공개, 속기록조차 남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밀실에서 밀실로 옮겨 다닌 것에 불과한 셈입니다.
예산 시즌이 다가오면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식의 심사를 안 하겠다고 약속을 하기는 합니다.
<김재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과거 잘못된 관행인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소위 구성과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를 없애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하지만 매번 예산 심사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이 약속은 쉽게 뒤집힙니다.
잇속 앞에서 한 없이 약해지는 정치인들의 모습,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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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포트 맥]
512조 3,000억원.
새해 예산안 통과는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으로 제 1야당과 합의 없이 진행됐습니다.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자유한국당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일명 4+1 협의체와 예산안 심사를 해왔습니다.
결국 본회의 당일, 한국당이 태도를 바꿔 협상에 참가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민주당은 4+1 협의체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것입니다.
"날치기", "불법 협의체"라며 한국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회의장석으로 뛰쳐 나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현장음> "문희상은 사퇴하라! 문희상은 사퇴하라! 아들 공천! 아들 공천!"
예산안 통과 이후에도 의장실로 몰려가 항의 방문을 했고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이 주승용 부의장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예산안 처리에 가장 잡음이 많았던 때는 18대 국회였습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직권상정과 야당을 뺀 단독 처리가 반복됐는데요.
특히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했던 2010년에는 당시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주먹다짐까지 벌였습니다.
폭력국회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여야는 결국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습니다.
협상이 잘 안돼도 12월 1일에는 본회의에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도록 해, 이때부터 늦긴 해도 예산만큼은 꼭 여야가 합의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국회선진화법 이후 올해 처음으로 이 관행이 깨진 것입니다.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아무리 어려워도 정기국회를 넘겨서 예산안을 처리한 적이 없었습니다.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들, 정부 관료들이 한통속이 돼서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입법권을 침탈한 범죄입니다."
12월 2일로 정해놓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도 8일이나 넘겨 최장 지각 기록도 새로 썼습니다.
그런데, 막상 예산안이 처리되자 정작 죽일 듯이 싸우던 의원들이 너나없이 홍보자료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예산왕', '맹활약', 하나같이 지역구 예산을 많이 따왔다는 자랑이 가득했습니다.
한국당 장석춘 의원이 지역구인 구미에 295억원 예산을 따왔다고 자랑하자,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민망하다고 맞받아치는 등 온라인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 예산결산위원 등 '실세'들도 정부안보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늘어난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세종시 교통 안전 환경 개선 사업에 5억원 이상을 더 확보했고,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정부안보다 52억을 증액했습니다.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정부안에 비해 지역 관련 예산을 100억 원 넘게 늘렸습니다.
합의 처리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던 여당도, 세금 도둑이라며 예산안 통과를 맹비난하던 야당도, 총선 표심을 앞두고 잇속 챙기기에는 한마음 한뜻이었습니다.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가져오려는 의원들의 노력을 마냥 나쁘게 볼 수 만은 없을 겁니다.
지역민들은 어떻게든 예산을 많이 끌어오는 의원을 좋게 평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다 막판에 쫓겨서 하는 졸속 심사 이후에는 꼭 도로나 건물 등 사회간접자본, SOC 예산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심의를 거치면 정부가 낸 안 보다 전체 지출은 줄어드는데, 정작 지역 민원성 SOC 예산은 수 조원대가 늘어납니다.
심지어 정부가 제출하지도 않았던 예산이 정말 타당한지, 먼저 반영돼야 할 정도로 급한지 조사나 검증도 없이, 깜깜이 속에서 좌지우지되는 것입니다.
이런 깜깜이 심사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원래 국회 예결위 산하 예산소위에서 증액과 감액 심사를 해야 하지만, 법정 시한내 처리 불발로 해마다 예결위 3당 간사가 모인 협의체, 일명 '소소위'를 가동해왔는데요.
특히 올해는 소소위 구성을 두고서 공방하다가 협상이 멈춰섰고, 그 후부터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에서 심사를 벌였습니다.
소소위나 4+1 협의체나,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회의 내용도 비공개, 속기록조차 남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여러 단계를 거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밀실에서 밀실로 옮겨 다닌 것에 불과한 셈입니다.
예산 시즌이 다가오면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식의 심사를 안 하겠다고 약속을 하기는 합니다.
<김재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과거 잘못된 관행인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소위 구성과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를 없애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하지만 매번 예산 심사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이 약속은 쉽게 뒤집힙니다.
잇속 앞에서 한 없이 약해지는 정치인들의 모습,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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