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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하늘이 내린 선물 고흥 유자 맛 보셨나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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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맛 추억 담긴 겨울 유자차 / 탱글탱글 고흥유자 새콤달콤함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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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찬바람에 목감기가 걸리면 어머니는 저녁마다 늘 뜨거운 차를 머그컵 가득 담아 내오셨다. 유자, 모과, 꿀을 ‘황금비율’로 섞었는데 달콤새콤한 맛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고 부어 오른 목도 잘 달래줬다. 군복무 시절 최전방 부대인 GOP에서 섭씨 영하 20도의 추위에 시달리며 경계근무를 서던 밤이면 어머니의 유자차 한잔이 어찌나 그립던지. 어머니의 손맛은 매일 먹던 음식뿐 아니라 차 한잔에도 가득 담겨 있음을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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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공원


#하늘이 내린 최고의 선물 고흥 유자

고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유자.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주변이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고흥 유자를 맛본 뒤 황실에 진상되는 유자를 고흥에서 재배하려고 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고흥 유자는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장보고가 신라시대 문무왕 2년(840년)에 당나라에서 열매로 가져와 남해안 지역에 퍼지게 됐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 8년(1426년) 전라, 경상도에 유자를 심어 착과량을 호조에 보고하게 하고 직접 감사가 작황을 조사해 상납했다니 예로부터 유자는 아주 귀한 진상품이었던 것 같다.

고흥이 유자로 유명한 이유가 있다. 유자는 기후변화에 아주 민감한데 고흥을 비롯한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남해와 거제 등 남해안 지역에서 잘 자란다. 바로 이 지역이 유자 재배의 북방한계선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자랑한다. 509㏊에서 연간 4826t이 생산되는데 전국에서 생산되는 유자의 42.7%를 차지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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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공원


고흥에서 유자가 잘 자라는 것은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 덕분. 고흥은 전국에서 유자재배의 안전지대로 손꼽히는데 섭씨 영하 7도 정도의 최저기온이 1년에 한 차례 이하로 발생하고 영하 9도이하의 최저기온은 10년에 2차례 이하다. 기후변화가 적으니 냉해 없이 안전하게 유자를 재배할 수 있는데 고흥을 둘러싼 팔영산, 마복산, 적대봉, 천등산이 냉해를 막고 일조시간도 풍부해 유자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제공한다. 따뜻한 햇살 속에 부드러운 남해의 해풍을 맞으며 최적의 조건에 자란 고흥 유자는 맛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보다 광합성을 많이 하면서 당도가 아주 높아진다. 또 색과 향미가 풍부하고 과즙이 많은 고품질의 유자가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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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체험관


#탐스러운 향 가득한 유자공원

고흥 전 지역에서 유자가 재배되지만 풍양면과 두원면이 최고의 산지로 인기가 높다. 그중 풍양면 한동리 유자공원을 찾았다. 입구부터 바람에 실려 오는 유자향이 비강 가득 파고든다. 드넓은 유자밭에는 노랗게 익은 탐스러운 유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저절로 떨어져 나무 아래 뒹구는 유자의 껍질을 까 입어 넣으니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에서 터지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유자나무가 숲을 이룬 유자공원에서는 늦가을부터 매혹적인 유자 향기를 만끽하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의 시설도 잘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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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체험관 유자로 만든 유과


마침 유자체험관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이 열려 조잘조잘 떠드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유자로 한과와 젤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유자공원 입구 쪽에는 특산품 전시판매장이 있다. 이곳에서 고흥 유자 재배의 역사, 특성, 약리효과 등 고흥 유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생과, 유자주스, 유자청 등 가공제품을 비롯한 고흥지역의 우수한 농산물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늘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지난달 올해 처음으로 ‘고흥유자·석류축제’가 열렸는데 외국인 관광객 포함 7만여명이 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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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콤포트를 채운 요거트무스와 시트러스젤리, 아몬드 사브레, 유자초콜릿가나슈, 초코크럼블과 바닐라아이스크림, 코코넛머랭 오스테리아 주연 안주연 셰프 제공


#사계절 새콤달콤함에 빠지다

유자는 레몬보다 비타민C가 3배나 많고 구연산이 풍부하다. 이 때문에 피로회복과 소화액의 분비촉진에 좋은데 특히 감기에 특효약으로 평가받는다. 사실 사계절 쓰임새가 많다. 여름에는 오미자, 석류와 함께 아이스티로 즐기고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빙수재료로도 인기다. 겨울에는 꿀과 함께 타서 따뜻하게 마시면 피로도 풀리고 잠도 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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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제스트로 향을 낸 구운 연어와 유자 뵈르블랑 , 아보카도 퓨레 오스테리아 주연 안주연 셰프 제공


셰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주로 디저트에 많이 활용된다. 유자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차가운 디저트와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오스테리아 주연의 안주연 셰프는 “유자 콤포트를 가든 채운 요거트 무스와 유자 초콜릿을 만들어 시트러스 젤리, 아몬드 사브레, 초코 크럼블, 바닐라 아이스크림, 코코넛 머랭과 곁들이면 여심을 자극하는 디저트로 탄생한다”고 귀띔했다. 레스토랑 메인 요리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연어와 찰떡궁합이다. 안 셰프는 “보통 유자 제스트로 향을 낸 구운 연어에 유자 뵈르블랑, 아보카도 퓨레를 곁들이는데 연어의 느끼함과 잡내를 잘 잡아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얇게 슬라이스된 비프 카르파치오나 크림새우 등에도 유자를 곁들이면 맛과 향의 균형을 잘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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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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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주


유자술도 인기다. 녹동양조장이 최근 선보인 ‘고유, 고흥유자주’는 따뜻한 해풍을 맞고 자라나 무기질과 키토산이 풍부한 고흥쌀과 고흥 특산품인 유자로 빚은 약주다. 과즙량이 풍부한 고흥 유자를 발효와 숙성 중간에 한 차례 넣어 만들었는데 한 모금 마신 뒤에도 입안에 유자향이 가득 찬다. 합성착향료를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이 돋보이며 유자 특유의 상큼함과 적당한 달콤함이 잘 어우러진다. 차갑게 마시면 유자의 풍미가 훨씬 진해지는데 알코올도수는 8% 정도여서 부담이 적고 증류주를 섞으면 나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고흥=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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