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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퇴근후 남녀 모여 함께 운동…젊은 직장인들의 욕구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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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⑭ 버핏서울 장민우 대표

'어떻게 하면 운동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버핏서울은 여기에 착안해 생겨난 서비스 플랫폼이다. 2017년 초 커뮤니티 기반의 온·오프라인 피트니스 클래스로 시작해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이 이곳을 통해 운동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운동 방식은 16명이 하나의 그룹으로 구성해 5주간 팀플레이와 개인 과제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이다. 버핏서울의 페이스북 메인 페이지에서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주말에, 평일에도, 빡세게, 신나게, 즐겁게, 숨차게, 핫하게, 모여서, 운동하는, 2535, 직장인"이라는 단어들만 봐도 이들의 컨셉트를 바로 짐작할 수 있다. 평일이나 주말에 1~2회 모여서 운동하고, 다른 날엔 스스로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홈페이지의 그룹창에 올리면 전담 트레이너가 "푸시업 자세에서 뒤로 갈수록 허리가 점점 꺾이는 게 보인다"는 식으로 코칭을 해준다. 여기엔 그룹의 다른 멤버가 "화이팅"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힘을 내야겠다" 같은 댓글을 달아 소통한다. 20만~30만원대 초반의 비용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전문가에게 수업을 받고, 이를 동료들과 즐기는 방식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버핏서울 본사에서 만난 장민우 대표는 "많은 사람이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실행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운동을 스스로 하게 하는 장치로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서비스를 만든 취지를 밝혔다. 장 대표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버핏서울 회원의 재등록률은 60%대. 론칭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버핏서울에서 운동하는 사람도 100명에 달한다. 올해는 두 차례에 걸쳐 30억원 수준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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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창업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는 버핏서울 운영진들. 왼쪽부터 공진규 이사, 도아름송이 매니저, 김형기 매니저, 장민우 대표, 박한희 이사, 박찬소 매니저. 기획 총괄은 장 대표와 공 이사가 주도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회사를 함께 이끌어왔다. [사진 버핏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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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서울의 공동창업자는 3명.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나와 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 경력을 가진 장 대표와 서울대 동문인 VCNC(타다 운영사) 출신의 공진규 이사가 주축이 돼 서비스를 기획하고, 존슨앤존슨 마케터와 트레이너 경력을 가진 박한희 이사가 마케팅을 맡았다.

Q : 어떻게 시작했나.

A : "17년 2월 베타테스트로 20명을 목표하고 페이스북에 '모여서 운동하자'란 문구를 담은 이미지 광고를 올리자마자 이틀 만에 100명이 지원했다. 이를 보고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Q : 요즘은 동네 어디에서나 피트니스 센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란 의미 아닌가.

A : "처음 우리가 기획안을 들고 창업센터를 찾았을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헬스장이 너무 흔한데 사업이 되겠냐고. 하지만 버핏서울은 운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비어있는 피트니스 공간, 수업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어하는 트레이너의 니즈가 모두 맞아 떨어지는 모델이었다. 첫 1기 모집에서 수요를 확인했고, 두 달 뒤 모집한 2기부터는 130명으로 회원 수가 쉽게 늘었다."

Q : 피트니스센터의 그룹운동(GX)과 다른 점은.

A : "커리큘럼과 그룹 멤버 간의 친밀도다. 퇴근 후 운동 가는 것, 참 힘들다. 그럴 때 운동을 좋아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퇴근하고 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운동의 몰입 요소다. 다채로운 운동 내용과 팀 게임, 랭킹 부여 등으로 운동 자체에 흥미를 유도하는 것을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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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서울의 수업 모습. [사진 버핏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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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운동 욕구를 건드리다



버핏서울의 모든 것은 '젊은 직장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이는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다. 서비스 운영 지역은 9곳으로 모두 시청, 공덕, 강남역, 양재, 교대, 삼성동 등 지하철역을 중심의 오피스타운으로 형성돼 있다.

Q : 나이를 25~35세로 정한 이유는.



A : "모임에 재미를 느끼려면 세밀한 그룹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령이 너무 벌어지면 원하는 운동 종류나 강도도 달라진다. 올해는 여성 전용 클래스를 새로 론칭해 시범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Q : 성비를 맞춘 모임이 이름을 알린 한 요소였는데, 여성반을 만든 이유는.

A : "그 부분엔 사실 할 이야기가 많다. 우리의 목표는 여럿이 재미있게 하는 운동이다. 커뮤니티는 이를 위한 하나의 장치일뿐이다. 회사가 '남여가 만나기 위한 운동 모임'으로 포지셔닝되면서 회원들이 속상해 했다. '자신은 그런 생각으로 버핏서울을 좋아한 게 아닌데 오해를 받는다'는 것. 우리 회원들은 혼자하기 힘들었던 운동에 재미를 느끼고 운동 습관을 들였다는 점, 그 결과 건강과 예쁜 몸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 직원들 역시 기존의 피트니스 시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온 터라 속상했다. 여성반을 론칭한 이유도 가입을 망설이는 여성들이 '쌩얼로 운동 가는 게 부담스럽다' '운동하면서 망가지는 모습이 창피하다' 같은 목소리를 듣고 운동에 몰입할 수 있게 구성을 조정한 것으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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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서울의 트레이너들. [사진 버핏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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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버핏서울이 세상에 등장하자 바로 30개가 넘는 비슷한 컨셉트의 카피캣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입 장벽이 낮은 피트니스 업계 특성상 트레이너와 장소만 있으면 프로그램 만들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 하지만 대부분이 1년도 못 가 서비스를 접었고 지금 남아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장 대표는 이를 "디테일의 차이에서 온 성패"라고 말했다.

Q : 다른 피트니스 서비스 대비 버핏서울이 가지는 강점은.

A : "한 장소에 사람을 모아놓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큰 판단 착오다. 예상치 못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람이 모이고, 운동하고, 온라인에서 자신의 운동 과제를 보여주는 등 모든 과정에서 참가자가 만족할 만큼의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Q : 어떻게 회원들을 만족시켰나.

A :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특별한 하나의 비결은 없다. 수많은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끊임 없이 주시하고 보완한 디테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트레이너의 교육 내용이 좋고 팀 구성원끼리 친해도 장소가 안 좋으면 만족도가 떨어진다. 모임 후 집에서 홀로 운동한 결과를 온라인에 올릴 때 업로드가 잘 안 되거나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아도 불만 요소가 된다. 개인별·팀별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리워드 프로그램과 페이백 이벤트 등으로 운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동기 부여하는 것도 주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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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지역의 그룹들이 모두 모여 개최한 버핏서울 올림픽. [사진 버핏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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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려웠던 점은.

A : "사실 너무 많은데, 회원들이 도통 친해지지 않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서먹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직원들이 나서서 운동 끝나고 치킨집에 모여 친목 다지기도 했다. 하하."

Q : 스스로 평가하는 성공 비결이 있을까.

A :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긴 힘든 것 같다. 지금 달려가는 중일뿐이다. 우리는 회원에게 부과되는 과다한 비용 부담, 늘 똑같은 운동 내용, 수업 대신 세일즈가 강요되는 트레이너의 근무 요건 등 기존의 일반적인 피트니스 센터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선순환되는 피트니스 시스템과 운동 문화를 조성하는 걸 서비스의 기본 철학으로 가진다. 올바른 시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알아봐주는 게 아닐까."

Q : 앞으로 계획은.

A : "지금 버핏서울은 서비스 고도화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페이스북·웹사이트 사용에서 발생했던 문제점들을 보완한 앱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그룹 더 많은 피트니스 센터와 트레이너 제휴를 통한 지역 확장과 프로그램 개발(엣지)을 진행하고 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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