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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일을 통한 자아실현?…솔직히 다 '헛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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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끝!

폴커 키츠 지음 | 신동화 옮김

판미동 | 138쪽쪽 | 1만2000원

경향신문

오늘 일은 끝!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판미동/138쪽쪽/1만2000원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한 심장외과 의사는 56세가 되던 해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트럭 운전’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면허를 따고 트럭운전사가 됐다. 그리고 40톤 화물을 싣고 유럽 도로를 질주하며 살고 있다. 책의 저자 폴커 키츠는 이 이야기를 어느 워크숍에서 접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할 차례가 됐을 때 청중들에게 물었다. “이야기가 반대로 시작되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한 트럭운전사가 50대 중반에 깨닫는 거예요. 자기 일생의 꿈이 심장외과 의사가 되는 거라고.”

<오늘 일은 끝!>은 우리가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해 괴로워 하는 이유를 스스로 솔직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관한 거짓말이라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을 하라’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라’. 이런 환상은 각자의 일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만약 50대의 트럭운전사가 의사가 되겠다고 직업을 바꾸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심각하게는 가족의 생계를 잇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열정‘만’을 따랐던 의사는 업계 경쟁 때문에 트럭운전을 그만뒀다고 한다.

늘 흥미진진한 것들로 꽉 차 있기를 기대하면 어떤 일이든 불만족스러워지게 돼 있다.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실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루틴’에 의해 지탱되기 때문이다. 루틴이야말로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게 만드는 힘이지만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열정에만 사로잡히면 ‘일과 나’ 사이의 적정거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며, 일상은 물론이고 업무결과마저도 위태롭게 된다. ‘거리두기’가 돼야만 냉철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위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열정 착취 신화’를 고발하는 책은 많이 나왔다. <오늘 일은 끝!>은 이런 신화를 부수면서도 새로운 동기부여 방법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다르다. 일에 관한 저자의 실용적 관점을 받아들이고 나니, 냉정하고 단단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용기가 생긴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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