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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미중 무역전쟁 50시간 전 휴전…아이폰 18만원 인상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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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트럼프 '1단계 무역합의' 승인

미·중 정부 공식 발표 아직 없어

중국, 미국산 농산물 58조원 사주기로

미국, '422조 중국 상품' 관세 취소·감경

15일 0시 아이폰 등 관세 부과 확전 예고

데드라인 50여시간 앞두고 휴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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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농장에서 곡식을 거둬들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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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협상 데드라인을 50여 시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에 농산물을 팔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부 관세를 경감받는 게 합의의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5일부터 매기겠다고 예고한 중국산 상품 1560억 달러(약 183조원)에 대한 새로운 관세는 철회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ㆍ중 무역합의를 승인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제한적 무역합의에 동의했다”고 전했고, CNN은 “트럼프가 잠정적인 무역 합의안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침 “중국과 큰 합의(BIG DEAL)에 매우(VERY) 가까워졌다”고 ‘대문자’ 트윗을 남긴 게 미국 정부의 마지막 공식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단어를 영어 대문자로 쓴다.

WSJ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경제 분야 참모들과 1시간 동안 회의를 하며 미ㆍ중 무역합의 1단계 합의안을 검토했다. 공식 합의안은 내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이톈카이 미국주재 중국대사가 만나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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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초대해 '1단계 무역 합의 달성'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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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산 농산물 500억 달러(약 58조원)어치를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 달성’을 발표할 때 언급한 금액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이 연간 미국산 농산물 400억~500억 달러(약 46조~58조원)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산물 외에 에너지 등 다른 상품도 구매 목록에 포함됐다.

그 대가로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을 낮추고, 오는 15일부터 새로 부과 예정인 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WSJ은 미국이 중국산 상품 3600억 달러(약 422조원)에 부과 중인 관세율(15~25%)을 절반 정도로 깎아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환율 조작 방지 등도 1단계 무역합의에 포함돼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기술 강제 이전, 불법 산업 보조금, 국영 기업 불공정 경쟁 등 더 복잡한 문제는 2단계 무역합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중국이 농산물 구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취소한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는 ‘스냅 백’ 조항을 확보했으나, 얼마 전까지도 양국 입장차가 컸던 만큼 전반적으로 합의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합의가 최종 성사되면 오는 15일 0시부터 부과 예정인 1560억 달러(약 183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15%는 유예된다. 신규 관세 대상 목록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PC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미국인이 필수품 디지털 기기가 대거 포함돼 있다.

관세가 시행되면 아이폰 가격은 대당 150달러 오르고, 미국 내 판매량이 35% 줄어들 것(크레디스위스 분석)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비자 민심 폭발과 미 경제에 대한 충격을 우려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품목을 '최후의 리스트'에 넣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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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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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된다.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마지막 관세가 멈추느냐 부과되느냐는 미ㆍ중 무역협상이 ‘고’일지 ‘스톱’일지 결정짓는 가늠자였다. 15일 0시는 협상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다. 이를 약 50여 시간 앞둔 12일 오후 양국은 일단 확전을 막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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