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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재심도 불가' 1년 뒤 나오는 조두순, 막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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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 “2차 피해 방지대책 빈틈 많다”

조두순 출소 앞두고 조두순접근금지법 발의 돼

조두순을 아시나요? 그가 내년 12월 13일 딱 1년 뒤 만기 출소합니다. 수십만 명이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했죠.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조두순, 그가 출소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조두순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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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수감된 조두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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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1일 경기 안산에 살던 한 초등학생은 등굣길에 조두순과 마주쳤습니다. 조두순은 폭행·절도·강간 등 전과 17범이었습니다. 그는 이 8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술 냄새를 풍기며 접근했습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아이를 끌고 인근 교회 화장실로 데려갔습니다. 조두순은 아이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강간한 뒤 신체를 훼손했습니다. 유유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간 조두순은 경찰에 잡힌 뒤에도, 법정에서도 뻔뻔했습니다. 그는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두순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당시에는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2년, 전자발찌 부착 7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항소한 건 조두순입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 형량보다 무겁게 선고할 수 없었습니다.

◇술 취해서 봐줬다고?

조두순의 잔혹한 범죄 행각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한 게 그의 형량이었습니다. 범죄 심각성을 따지면 징역 12년이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당시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하나의 범죄에 대해선 최대 15년까지만 유기징역이 가능하고 이조차도 평소 알코올 중독과 통제 불능으로 심신미약 상태라는 주장이 인정돼 12년형으로 깎였습니다. 당시 형법 제10조 제2항 ‘심신장애 때문에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할 경우 형을 줄일 수 있다’에 따른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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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 중 한 장면. 영화 ‘소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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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달라지긴 했습니다. 형법 제10조 제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조항이 마련됐고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심신장애 등이 형을 깎아주는 이유가 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성범죄의 양형 기준도 높아졌습니다. 기준 형량 자체부터요. 피해자의 나이와 신체 및 정신적 장애, 학대 경험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수 있게 했고요. 평소 알고 지내던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 요인이 아닌 가중 요인이 되도록 했습니다. 또 성범죄자가 피해자의 가족 친지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 도리어 형이 늘어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심은 아예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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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의 나영이 아빠와 ‘여주 사건’ 윤지 엄마가 2012년 12월 24일 만나 아동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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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알려진 뒤 ‘징역 12년이 말이 되느냐’며 ‘너무 짧다’는 여론이 끓어올랐습니다. 조두순이 출소하는 내년에 피해 아동은 스무 살이 됩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2013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이가 사고 2년 뒤쯤 ‘앞으로 10년 있으면 나쁜 아저씨(조두순)가 세상에 나올 텐데 내가 유명해지면 나를 찾아내기 쉬우니까 공부 안 하겠다’고 편지를 썼다”며 “용감하게 살자고 아이를 안심시켰지만, 아이로서는 두렵지 않겠냐”라고 말했습니다.

조두순의 출소를 막거나 그의 처벌을 늘리자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올라와 3개월 동안 61만5,000명이 동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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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조두순 출소 반대’를 원하는 국민청원에 61만 5,354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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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징역 12년을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우선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형사사건인 조두순 사건은 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다시 소송으로 잘잘못을 가릴 수 없습니다. 재심도 안 됩니다. 뒤늦게 무죄이거나 알려진 죄보다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는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죠.

◇조두순법이 생겼다고?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은 ‘조두순법’으로 불립니다. 이 법은 4월 16일부터 시행됐는데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중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선별해 출소 후에도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1대1 전담 보호관찰을 할 수 있는 건데요. 조두순도 이 대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조두순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1대1로 24시간 전담 보호관찰을 시행하기에는 보호관찰관 수가 역부족이기 때문이죠. 또 대상자로 지정되더라도 6개월만 별일 없이 지내면 보호관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빈틈을 보완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두순 릴레이 챌린지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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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접근금지법 해시태그 릴레이 운동.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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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법’에 이어 ‘조두순접근금지법’이 지난달 13일 발의됐습니다. 조두순 같은 아동성범죄자가 출소 후 피해 아동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더욱 엄격히 제한하자는 건데요. 피해 어린이의 집과 학교 등 생활공간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금지 범위를 기존 100m에서 500m로 확대하자는 겁니다.

100m가 얼마나 되는지 감이 오시나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00m가 성범죄 발생을 막기엔 너무 짧은 거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이 벌어졌습니다. 일명 ‘100m 릴레이 챌린지’인데요. 인스타그램에 100m 달리기 영상과 함께 조두순 접근금지법 취지를 설명하고 캠페인에 참여할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붙여 “#조두순접근금지법, #100미터릴레이챌린지”라고 검색하면 벌써 수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답니다.

◇제2의 조두순을 막으려면?

조두순을 겨냥한 개정안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마련된 대안이나 추진 중인 대안은 조두순에게 피해를 본 아동 한 명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2차 피해를 막을 대책만큼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인데요.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이 다른 아동을 노릴 경우는 어떻게 막느냐는 거죠.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요. 성범죄자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방법, 절실하다는 지적인데요. 이 교수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청소년에게 악의를 갖고 접근하는 방법 등에 특히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며 청소년들을 위협하는 사례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 교수가 9월 25일 발표한 온라인 기반 청소년 성착취 현황’ 조사 결과 주요 채팅앱에서 이러한 ‘청소년 성착취’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해요.

이 교수는 “조두순이 착용할 전자발찌는 지리적 체제에 기반하고 있어 자기 집 안방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만약 성범죄자가 랜덤 채팅을 악용해 아동을 유인한 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조두순 개인만 지켜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유사 범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는 등 보다 넓은 시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어요.

☞여기서 잠깐: 일사부재리 원칙이란?

형사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사건은 다시 소송으로 심리ㆍ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에요. 민사소송법에선 적용되지 않고요. 조두순 사건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형사 사건이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죠. 이 교수는 “조두순 사건이 유례없이 처참하고 잔혹한 아동 성범죄인 건 맞지만, ‘판결이 옳았냐’와 별개로 일사부재리 원칙은 깰 수 없는 헌법에 정해진 내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두순 사건이라고 해서 원칙을 한 번 무너뜨리면 사법제도의 안정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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