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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갑잔치 못하겠다" 문자···경찰 비웃는 사업가 납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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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법원, 달아난 조폭 하수인 2명 징역형

공범들, 사건 직후 유서쓰고 붙잡혀

'경찰 공조수사'에…늑장대응 지적도



7개월째…주범 못잡고 병풍들만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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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PJ파 부두목인 A씨가 2006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건설사주 납치사건 5개월 만에 검거될 당시 모습. 2019년 12월 현재 그는 또 다른 사업가 납치 살해 혐의를 받고 있으며 7개월째 도피중이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조폭 부두목을 만나러 간 사업가가 살해된 지 7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공범 2명을 검거하고도 범행을 주도한 A씨(60)는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 강동혁)는 12일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의 공범인 김모(65)씨에게 징역 12년을, 홍모(61)씨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씨 등은 조폭 부두목인 A씨와 함께 지난 5월 20일 광주광역시에서 사업가인 B씨(58)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B씨는 지난 5월 19일 “A씨를 만나러 간다”며 광주로 갔다가 사흘 뒤 경기 양주시청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B씨 시신은 온몸에 구타 흔적이 있었고, 양발과 양손이 묶인 채 담요가 씌워져 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재판부는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해온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직접적인 원한이 없는데도 돈을 받기로 하고 범행에 가담했다”며 “연락용 휴대전화를 미리 받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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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부동산업자에 대한 납치살인 공범 중 1명이 지난 5월 20일 사체 유기장소인 주차장에 가기 전 용의 차량(빨간색 원)에서 내린 모습. [뉴시스]





“광주경찰에만 자수하겠다”며 달아나



앞서 김씨 등은 경찰에 붙잡힌 후 “나이 어린 B씨가 반말을 해 때렸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왔다. 아울러 “(A씨에게) 술이나 한잔 얻어먹으려고 광주까지 따라 내려갔는데 이런 일에 휘말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범행 사흘 뒤인 5월 22일 시신을 유기한 장소 인근 모텔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검거됐다. 발견 당시 스스로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이들은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과 가족에게 전하는 말이 담긴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주범 A씨는 범행 직후인 지난 5월 23일 “광주경찰에 자수하겠다”고 밝힌 뒤 잠적한 상태다. 그는 과거에도 자가용이나 신용카드 대신 대중교통과 현금만 쓰는 식으로 장기적인 도주행각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은 A씨가 최근 지인에게 “올해는 환갑잔치를 못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7개월 가까이 도피 행각을 벌이면서 올해 60세인 자신의 환갑잔치를 생각할 만큼 여유를 부린 것이다.

사건 당일 A씨는 친동생이 빌려온 차량에 김씨 등 공범 2명과 함께 B씨를 태워 광주에서 서울로 향했다. 검찰은 이들이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던 중 투자 문제로 언쟁하다 폭행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에서 출발 당시 A씨는 자신의 친동생에게 “소변을 받을 깡통을 준비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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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부동산업자를 납치살인한 공범들이 지난 5월 20일 사체를 유기한 뒤 달아나는 모습.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A씨, 2006년에도 5개월…도주의 달인



광주경찰청은 A씨의 도피가 장기화되자 경기북부경찰청과 공조수사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사건을 전담해온 경기북부경찰청이 A씨 추적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광주경찰청은 광역수사대 8명, 광주 서부경찰서 6명으로 구성된 추적팀을 꾸려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A씨가 범행 직후 광주경찰에 자수의사를 밝혔는데도 경찰이 늑장대응해 검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A씨 검거에 자신감을 보였던 경찰에 대해 “자수든 검거든 공조수사를 통해 신병확보부터 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다. 경찰은 내년 1월 1일부터 공개수배를 통해 A씨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A씨는 과거에도 납치·감금 범죄를 3차례 저질러 실형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 사건이 2006년 광주에서 발생한 ‘건설사주 납치사건’과 판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A씨는 당시 5개월이 넘도록 도피를 하다 2007년 4월에 붙잡혀 실형 선고받았다.

광주광역시·의정부=최경호·전익진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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