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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복수국적자 국적 이탈 제한 위헌일까…“국적 강제 부여”vs“병역 기피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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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자의 국적이탈 기간을 제한하는 국적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12일 헌법재판소는 ㄱ씨(20)가 국적법 제12조 2항 등이 국적이탈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두고 공개 변론을 열었다.

ㄱ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출생 때 바로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한 복수국적자다. ㄱ씨 대리인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남성이 18세 때 의무적으로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는 국적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국적이탈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홍준표 법’이라고 불리는 국적법 제12조 1항은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그때부터 2년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2항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3개월 이내, 현역·상근예비역·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치거나 병역면제처분을 받는 등 병역의무에서 벗어난 사람은 2년 이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2005년 홍준표 당시 국회의원은 ‘원정출산’으로 취득한 복수국적을 통한 병역기피를 막겠다며 국적법을 개정했다. 정해진 시기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면 병역 의무가 해소되는 만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ㄱ씨 측은 국가가 국적 이탈에 대한 절차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조항은 복수국적자에게 원치 않는 한국 국적을 강제로 부여한다고 했다. ㄱ씨 대리인은 “국적 선택 기한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는데도 개별적 통지절차가 전혀 없다”며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재외국민 80%는 출생과 동시에 복수국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국적이탈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공무원·군인 같은 직업의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도 침해된다고 했다. ㄱ씨 대리인은 “외국에서 공무원 등 중요한 요직에 지원하려고 보니 한국 국적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돼 불이익을 입는 경우도 있다”며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조항이 최소침해원칙 내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ㄱ씨 측 참고인인 전종준 미국 변호사는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홍준표법이 통과된 건 매우 잘한 일”이라면서도 “원정출산자와 이민출산자를 구분 못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2005년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이제는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국적 이탈 의무가 생겼다. 만 18세까지 국적 이탈을 하지 않으면 만 38세까지 국적 이탈이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이어 “외국에서 생활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기회주의적 병역 면탈과는 무관하다”고도 했다.

반면 법무부 대리인은 “이스라엘은 국민에 한해 병역 의무를 이행 안 하면 국적 포기를 할 수 없다”며 “징병제를 택한 국가의 보편적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국적 이탈 시기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병역 의무를 이행한 국민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병역 의무 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된다”고 했다. 국적 이탈 절차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두고는 “정부는 재외공관 홈페이지를 통해 충분히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변호사인 저도 국적 이탈 관련 법률은 몇 년 전 우연히 알았다”며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재외동포들은 (재외공판 홈페이지) 안내문을 읽을 수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인 김상겸 법학과 교수는 “(청구인의 주장은) 외국의 생활 기반을 둔 자와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둔 자를 왜 구별하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모든 대한민국 남성이 병역 의무를 부과받는 만큼 단지 외국 생활 기반이라고 해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금 미국에서 불이익을 받는 부분은 미국 법정에서 판단받을 문제지 여기서 판단받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당사자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들은 뒤 해당 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모습./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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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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