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정년연장 전후 4년 비교
2016년 기점 연 32만→39만명
“경기부진에 신규채용 여력 없어”
대기업 채용 연 2000명 줄어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연장 시행 이전 4년간(2012~2015년) 20대 실업자 수는 연평균 32만5000명이었다.
2012~2019년 조기퇴직자와 정년퇴직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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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년연장 시행 이후 4년간(2016~2019년) 20대 실업자 수는 연평균 39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정년 60세 연장법’은 공기업·공공기관과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시행됐다.
한경연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25~29세 청년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며 “경기부진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정년연장까지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청년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7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경총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의 기업은 신규채용이 감소한 원인으로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42%)’에 이어 ‘60세 정년 시행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축소(21.7%)’를 꼽았다.
일자리 수와 구직자 수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2012~2015년 대기업의 신규채용 규모는 연평균 7만9000명이었다. 정년연장 시행 이후인 2016~2019년에는 연평균 7만7000명으로 줄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대기업 신규채용 규모의 격차는 연평균 22만6000명(2012~2015년)에서 25만3000명(2016~2019년)으로 확대됐다.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 사람은 많아졌다. 정년연장으로 고임금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많아지자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12~2015년 조기 퇴직자(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는 연평균 37만1000명이었다. 2016~2019년에는 51만4000명으로 늘었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근로자는 2012년 27만20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60세 정년이 시행된 2016년 35만5000명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연간 35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 가운데 61.1%가 호봉급, 34.2%는 직능급이었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았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비율은 54.8%였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우선 대기업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동시에 직무에 따라 임금을 주는 등 연공 위주의 (경직된) 임금체계 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는 정년연장이 필요하겠지만 성급한 정년연장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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