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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노조의 출근저지 피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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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방문규(사진)수출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없이 취임식을 일정대로 마친 이유가 금융권에서 뒤늦게 화제다. 방 행장은 임명 직후 곧바로 노조를 찾아가 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토론을 벌여 노조의 이해를 얻어냈다고 한다.

그동안 수은 노조는 새 행장이 선임되면 관례적으로 출근저지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방 행장은 지난 10월 29일 임명된 후 사흘 뒤인 11월 1일 노조와 마찰 없이 취임식을 열었다.

전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노조의 출근저지로 닷새 만에 취임식을 열었다. 이덕훈 전 행장 역시 5일동안 노조에게 출근이 막혀 발길을 돌렸다. 역대 수출입은행장 가운데 노조와 충돌 없이 취임식을 마친 경우는 2017년 3월 취임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유일하다. 최 위원장도 임명 후 노조와의 마찰을 우려해 외부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방 행장이 수은 행장에 선임되자 노조는 곧바로 출근저지 등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정부에서 주로 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예산통’이고, 전 직책이 보건복지부 차관이라는 점에서 ‘비금융 출신 낙하산’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었다.

방 행장은 임명 후 곧바로 수은 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견례를 요청했다. 출근저지 운동이 시작되면 신임 행장과 노조의 상견례도 연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날 노조는 방 행장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였다.

10월 29일 오전 10시 방 행장의 임명이 발표됐고, 이날 오후 4시 방 행장과 노조가 마주 앉았다. 방 행장은 임명 후 첫 일정으로 노조를 찾아간 것이다. 이날 상견례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토론에서 노조는 임금단일협상과 직원 처우 문제에 대해 건의했고, 방 행장은 주로 노조 측의 요구를 들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대화로 수은의 문제점을 풀어가자는데 합의했고, 노조 역시 출근저지를 푸는 것으로 방 행장의 대화 노력에 화답했다.

방 행장은 취임식을 열기 전까지 외부 활동만 이어가면서 노조가 내부 논의를 통해 투쟁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줬다고 한다. 결국 노조는 취임식 전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사 앞에 걸었던 ‘출근저지, 임명 반대’ 현수막을 내렸다.

수은 관계자는 "방 행장과 노조가 자정까지 이어지는 토론에서 상당 부분 합의점을 찾았고, 노조도 ‘대화가 되는 행장’이라고 판단해 출근저지를 풀었다"며 "취임식도 노조의 환영을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했다. 수은은 노사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상견례에서 논의된 내용의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 행장도 직접 TF에 참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 행장이 금융 경력이 없어 노조의 반대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예상외로 무혈입성했다"며 "임명 첫날 노조를 찾아가 8시간 토론을 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방 행장에 대한 수은 직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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