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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북한의 대미 강경전략과 북풍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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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남한 총선의 북풍 공작이자 내년 11월 미 대선을 겨냥한 트럼프 놀이

쿠키뉴스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북미 간의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북한은 7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발표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 '전략적 지위의 변화'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이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북한이 강조한 '중대한 시험'은 신형 ICBM에 필요한 로켓 엔진 시험이 성공했고, 이로 인해 북한의 군사적 파워도 달라졌으며, 이에 따른 전략적 지위도 변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시험에 성공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걸맞은 대우와 협상을 하라는 요구이다.

그럼 북한이 말한 협상의 대우와 요구란 무엇인가? 이제 북한은 미국과 꼭 같은 핵보유국이 되었고 핵을 운반하여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운반 수단(ICBM)의 개발에도 성공했으니 앞으로 동등한 입장에 선 핵협상 파트너로 대우해 달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김정은이 정해 놓은 '연말 협상 시한'까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한마디로 빨리 핵협상해서 북한에 대한 모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치를 풀라는 요구인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2020년에 있게 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최악의 방해꾼이 될 수 있다는 엄포성 경고를 던진 것이다. 바로 그 예고편이 북한이 어제 밝힌 동창리 미사일시험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식 압박전략이다. 자꾸 협상 시간을 뒤로 미루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북한이 의도한 타임테이블에 트럼프 대통령을 앉혀 놓겠다는 압력 전술인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대미 전략전술은 북한이 7일의 '중대한 시험' 이후, 그다음 날인 8일 오전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 이슈가 내려졌다'고 발표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내년 대선 가도에 최고의 훼방꾼이자 복병은 바로 북한의 핵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 문제를 빨리 협상하지 않고서는 대선 당선은 꿈도 꾸지 말라'고 강력한 대미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위, 압력성 협박을 통한 협상 전략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이 무슨 의도를 갖고 무엇을 노리기 위해서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을 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 (한국시각) 백악관 기자들에게 '북한이 적대 행동을 할 땐 놀랄 것이며, 김정은이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선거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을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자찬(自讚)해 왔다. 특히, 이 점을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의 차별성으로 부각시켜 왔다. 그러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독재자를 만나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시간만 가길 기다려 온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자신은 독재자라 하더라도 과감히 대화하고 협상하여 오늘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시켜 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런데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이 깨지고 있고, 치적이 물거품화 되기 시작했다. 북한이 공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 업적을 안겨줄 수는 없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실험 및 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자신의 최대 외교적 업적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7일 영구 폐기를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 '중대한 시험'을 감행했고, ICBM 발사 준비를 진행하면서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북미 핵협상이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실상 '위장쇼'였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결국 그동안 트럼프와 김정은은 아무런 실질적 알맹이도 없는 '정치적 핵공갈 쇼'만 연출해 왔던 것이다.

그럼 왜 북한은 모든 비핵화 타협의 시점을 연말로 잡았던 것일까?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왜 계속해서 협상 시간을 미뤄 왔던 것일까? 바로 이 부분이 북미 양국의 전술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 되고, 두 나라의 계산이 서로 다른 지점이다.

북한은 올 연말까지의 상황을 토대로 김정은이 내년 신년사를 통해 전 인민에게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미관계이고 비핵화 문제이다. 미국과 타협이 잘 이뤄질 전망이면 좋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타협이 어려우면 강력한 대미투쟁을 역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2월에 신속하게 미국 측의 의사 타진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대미 압박 강도를 서서히 높이면서 긴장과 대결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 올리려는 전술에 감춰진 숨은 의도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내년 4월에 있을 남한 총선을 겨냥한 것이다. 다시 한번 남한 정치판을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의 재판(再版)으로 만들어 문재인 정권에게 압승을 얻게 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미국을 타작해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서 긴장 수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그리고 4월 총선이 임박할 때까지 한반도를 북미 간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서 다시 한번 지난 6.13 선거 때와 같이 전쟁의 공포와 위험 속으로 빨려들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모든 유권자들을 전쟁의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어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초래했던 모든 국내정치의 실정(失政) 요인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오직 유권자의 뇌리에는 북미간 전쟁의 공포상황만 남게 될 것이다. 한편 경제는 사상 유례없이 '코리아 리스크'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부각되면서 한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질 것이다. 북한은 '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 보려고 노력한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이렇게 강도 높은 대미 대결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곧 한반도 평화를 담보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협상에 임하지 않기 때문'으로 선전해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유권자인 국민의 뇌리에 남게 되는 이슈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이슈뿐일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기로에 선 유권자들을 파고들 그 밖의 다른 이슈는 존재할 수가 없다.

바로 4월 총선 직전까지 이런 전쟁 위기의 상황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 다음, 극적으로 타결짓는 모습을 연출하여 모든 남한 국민들이 전쟁의 위기로부터 해방된 안도감을 갖도록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북한이 지금 시동을 걸고 있는 대미 무력시위인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이 압승을 거두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북미 협상도 좋은 결과를 낳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시도를 할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연출한 대미 무력시위는 대남 무력시위로 대체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문 정권의 대북정책이 모두 '조작과 사기' 정책으로 심판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북한과의 평화회담을 시도해도 남한 국민들이 더 이상 믿지 않고 속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남 무력도발보다는 대미 무력도발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여 나가는 것이 북한의 총선 전략이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긴장 수위를 높여 나가는 두 번째 전략은 자주와 외세의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술적 목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대남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안보자주권을 강화시켜 외세를 몰아내는 것을 최대한 홍보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군사적 긴장을 높여 나가는 세 번째 이유는 북미 간의 긴장과 대결국면이 최정점에 도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북미 양국의 중재자로 내세워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중재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 문재인 대통령이 소속되어 있는 정당이 전역에서 압승을 결과하기 위한 정치전략이다. 이는 곧 지난 6.13 지방선거의 결과의 재판(再版)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알고서 문 대통령을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은 다시 한번 스스로 문 대통령과의 판문점 평화회담을 재연해서 그와 단독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며 바로 그 자리에서 북한은 더 이상 한반도의 전쟁을 원치 않고 우리민족끼리 외세에 맞서서 평화를 유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극적 모멘텀을 연출할 것이다. 그래서 온갖 전쟁의 공포와 불안감에 떨고 있는 남한의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단숨에 해빙시켜 그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주면서 문 대통령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전쟁의 화마(火魔)에 휩싸여 갔을 것이라는 평화 이벤트를 연출할 것이다.

이러는 와중에 문 정권은 지금의 보수 야당을 미국 편에선 외세의 협조자로 인식시키면서 '전쟁광'으로 몰아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워 자주국방을 주창하는 평화세력임을 홍보하는 반면에, 지금의 보수 야당은 외세와 전쟁광분자로 공격할 것이다. '전쟁과 평화', '자주와 외세'란 선거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서 북한은 지금 대미 무력위협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내 선거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권을 놓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그래서 북한은 지금 오매불망(寤寐不忘) 앉으나 서나 남한 총선거만 생각하고 있다. 24시간 남한의 정치지형만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스케줄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북미대결의 발화 상황이 자신의 선거전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협상을 더 시간을 끌면서 내년 중, 하반기로 끌고 가려는 지연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목전의 목표가 내년 4월 총선이고 그 다음이 미국 대선이기 때문에 북한의 정치 스케줄로 계산한다면 지금부터 북미대결의 수위를 높여 나가야만 된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야당의 능력으로는 이런 북한의 의도를 읽어 낼 전문가도 없고, 북한의 그런 의도를 선제적으로 방어해 낼 전략가도 안 보이며,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즉흥적으로 흥분하는 감정분출가들만 보인다. 북한이 미국의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인근까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로 인한 일촉즉발의 전쟁상황이 형성될 경우,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야당의 선거전략은 무엇인가? 또다시 6.13 지방선거처럼 두 눈 뜬 채로 그대로 보고 당하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을 유지해 온 그 힘이 성공적인 내정(內政)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잇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가?

문 대통령의 총선 시간표와 트럼프의 대선 시간표가 다르다는 것을 꿰뚫고 있는 북한의 전략가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절대로 유리한 남한 총선판과 미국 대선판을 만들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 '선택과 집중'의 선거전략을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흘러간다면, 김정은은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발표할 생각이다. 핵무력을 동반한 김정은의 '새로운 길'이 트럼프의 재선 당선을 유혹한 선제공격의 미로(迷路)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쿠키뉴스 이영수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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