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6754745 0022019120856754745 04 0401001 6.0.26-RELEASE 2 중앙일보 0 false true true false 1575748802000 1575865608000

새 떼죽음, 2개월 아이도 피해···홍콩 '다이옥신 최루탄' 공포

글자크기

6월 시위 이후 시내 최루가스 상존

아이들 피부 알레르기·기침 시달려

독성물질 다이옥신 배출 우려 공포

홍콩 정부 "고기굽는 수준" 우려 일축

전문가 "中 최루가스 수입 원인일 수"

"최루가스 성분 숨기지 말고 공개해야"

중앙일보

지난 10월 말 홍콩 침사추이 시내에서 한 홍콩 시민이 경찰이 쏜 최루가스로 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쓰던 방독마스크를 아이에게 씌워주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홍콩 시민 앤젤 찬은 요즘 아이들과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낸다. 다섯살과 세살인 아이들 건강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고민은 얼마 전 다른 친구 아이들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며 시작됐다. 친구들은 아이 몸의 이상이 최루탄 때문이라고 말했다. 찬은 “경찰은 홍콩 시내 곳곳에 최루탄을 쏘고 있지만 괜찮다고만 할 뿐 성분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홍콩)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최루탄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공포를 전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추진에 반대하면서 6월 초부터 시작한 홍콩 시위는 6개월을 넘고 있다. 시위 진압을 위한 경찰의 움직임도 집요하다. 최루탄은 이제 홍콩 시민에겐 일상이 됐다.

중앙일보

지난 7월 홍콩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맞서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의 공기를 채운 최루탄 양도 늘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홍콩 경찰이 쏜 최루탄만 1만1000발이 넘는다. 홍콩 시내에 사람 붐비는 곳엔 최루가스가 항상 섞여 있는 셈이다. 시내 곳곳엔 최루가스에 떼죽음을 당한 새 사체를 자주 볼 수 있다. 최루가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장면이다.

더 큰 문제는 최루가스로 인한 피해가 아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 어머니들의 모임인 홍콩마더스그룹은 최근 최루탄으로 인해 입은 건강 피해 신고 건수가 총 1188건이었다고 밝혔다. 피해 사례를 보면 아이들은 최루탄 가스로 인해 피부 알레르기와 발진, 기침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해 아동 중엔 생후 2개월밖에 안된 아기도 있었다.

중앙일보

지난달 23일 한 홍콩 여성과 어린 아이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최루가스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최루가스로 피해가 단순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시위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온다. 가디언은 “홍콩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중에는 염소성여드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질환은 다이옥신이 원인”이라며 “시민들은 최루가스에 다이옥신이 있을까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이옥신은 태아 생성과 면역체계, 호르몬 생성 등을 교란하는 독성물질이다.

중앙일보

지난달 18일 홍콩 이공대 시위 진압과정에서 홍콩 경찰이 최루가스가 가득한 현장에서 방독면을 쓴 채 시위대 진압에 나서고 있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최루 가스로 인한 건강 이상은 없다고 주장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최루가스를 맡으면 눈물과 콧물, 두통과 메스꺼움, 살갗이 타는듯한 느낌을 받을 순 있다”며 “하지만 노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증상은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뤄즈광(羅致光) 홍콩 노동복지국장(장관급)은 지난 4일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최루가스에 유해성에 대해 질문하자 “최루가스로 인한 피해는 고기 굽는 연기를 맡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 공영 RTHK 방송에 “홍콩 시내에 퍼진 다이옥신 성분은 시위대가 플라스틱 분리대 등을 태우면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홍콩 경찰은 최루탄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 7월 홍콩 시위 현장이 경찰이 쏜 최루 가스로 가득하다.[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최루가스의 유해성을 우려한다. 스벤 에릭 듀크대 교수는 CNN에 “홍콩 경찰은 과학적 자료가 미흡하다며 최루탄 사용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최루가스의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중문대 연구팀도 지난달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낸 보고서에서 “홍콩 경찰은 홍콩 전역에 만연한 최루가스로 인한 건강상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최루가스 오염 제거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지난 8월 홍콩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의 최루탄 발사에 대비해 방독 마스크를 쓰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산 최루가스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방에서 최루가스를 수입해오던 홍콩 경찰은 시위가 격화된 후 이들 국가가 수출을 거부하자 중국 본토로부터 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케네스 궝 전 중문대 교수는 가디언에 “중국산 최루가스는 서구에서 만든 일반적 최루가스보다 더 많은 염소와 유기물이 있다”며 “여기에 일반 최루탄보다 고열에 발사되므로 다이옥신 성분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궝 교수는 “홍콩 정부는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증거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네스 렁 홍콩 입법회 의원은 “(최루가스 문제는) 건강이 아닌 이제 정치이슈가 됐다”며 “정보가 투명하지 않을수록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