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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사고 1주년, 현장서 개선된 건 마스크뿐…“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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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내부 모습.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제공


“2인 1조 시행 이후에 (시설점검을 위해)걷는 시간과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났어요....”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씨가 지난해 12월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변을 당한 지 1년가량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태안발전소에 근무하는 A씨는 6일 “김용균씨 사고 이후 발전소가 2인 1조 전면 시행에 나섰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며 “기존 한 명이 돌던 구역을 두 명이 돌아야 한다면 인력이 그만큼 충원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회사는 두 명 구역을 합쳐서 돌려 업무강도는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했다.

김씨 사고 이후 전국 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는 안전펜스가 생겼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발전소 자체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지 않아 순찰을 돌며 낙탄을 치울 때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A씨는 “현장을 도는 직원이면 다들 바꿔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원청과 하청업체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장비 개선에 대해서도 “발전소 내 유해화학물질 위험에 따라 방진 1급 마스크가 특급 마스크로 변경됐을 뿐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여전히 석탄 분진이 날려 칠흑같이 어두운 발전 현장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점검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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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제공.


◆ 김용균 사고 1년 뒤에도 변한 게 없다는 발전현장

다른 발전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원 영동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B씨는 “인원 충원이 거의 되지 않아 2인 1조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며 “이곳도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 안전펜스가 쳐졌지만 전체적인 설비개선이 없어 아직도 위험한 지점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얼마 전에도 컨베이어 벨트가 찢어졌는데 근무자가 그것을 확인 못했다고 원청이 책임을 비정규직한테 전가시키려 하더라”며 “정부가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 원하청 구조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아무 얘기도 없어 여전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경남 하동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C씨도 “설비에 보완할 점이 생겨도 원청에 자유롭게 얘기를 못하는 분위기”라며 “사고가 터지고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안전감독을 열심히 하나 싶더니 지금은 관리감독이 다소 소홀해졌다”고 설명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지난 8월19일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발표한 권고안의 대부분 사안이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권고안에는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노무비 착복금지 △노동안전 위한 필요인력 충원 △사업주 책임부여하는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22가지 내용이 담겨있지만, 지금까지 개선된 것은 발전소 내 발암물질 등 고독성 유해화학물질의 관리방안 개선 권고에 따라 기존 1, 2급 방진 마스크가 차단력이 더 좋은 특급 마스크로 바뀐 것이 유일했다. 이마저도 1, 2급 마스크가 남아있는 일부 발전소는 다 쓰고 교체를 하겠다며 특급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사망사고에 따른 ‘긴급안전조치’로 위험작업에 대한 ‘2인 1조’ 근무가 시행됐지만 발전소들은 사고 이후 특조위가 요구한 추가 인력 660명 중 170명을 추가로 채용했을 뿐이다. 발전노조 측은 “고 김용균 노동자 장례 이전과 이후까지 총 7번에 걸친 특조위 구성을 통해 (김용균 사고)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정부와 약속했지만 수없이 많은 약속들이 어겨졌다”며 “특조위의 22개 권고안은 휴짓조각이 됐다”고 분노했다.

◆ 다시 거리에 나온 김용균 母 “아이에게 고개 못 들겠다....”…오늘 10일까지 권고안 이행 촉구 집회 나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지난 2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한 김용균 1주기 빈소에서 지내며 정부의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권고안도 나오고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도 (국회)통과는 됐는데, 이행된 건 없고 법안도 누더기가 돼 용균이가 없는 용균이법이 돼 버렸다”며 “아이한테 고개를 들 수 있는 입장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됐다”고 다시 거리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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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1주기 추모제에서 고인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충남 태안경찰서는 지난달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사장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사장에 대해 사망 사고에 대한 혐의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원청, 하청업체 사장을 고소, 고발했는데 총책임자들은 다 처벌을 피해갔다”며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책임자들도 다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내년 1월부터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하도급을 금지하는 ‘유해·위험작업’의 범위가 도금이나 수은·납·카드뮴 등을 다루는 업무로 한정돼 정작 김용균씨가 일했던 발전소 업무는 하도급 금지에 해당이 안 된다. 김용균이 빠진 김용균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산안법 개정에 따라 원청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 수준이 높아졌지만, 처벌 하한선을 정해놓지 않아 막상 재판에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5일 고 김용균 추모위원회와 특조위, 발전노동자들과 만나 특조위가 마련한 22개 권고안 이행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모위는 “국무총리실이 준비해 온 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논의진척이 어려운 정규직 전환 사안을 노·사·전 협의체’에 논의를 맡기겠다거나 잘 점검해 나가겠다는 내용뿐이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고 김용균 사망 1주기를 맞는 오는 10일까지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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