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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공정위의 퀄컴 ‘갑질’ 승소, 외국기업 불공정 다잡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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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고법 행정7부는 4일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1조원대의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 전 퀄컴 측 대리인들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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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의 ‘특허 갑질’에 대해 부과한 1조311억원의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외국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다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고법은 4일 퀄컴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퀄컴 측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10개 시정명령 중 8개와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17년 2월 소송 제기 후 2년 9개월 만의 판결이다.

글로벌 ‘특허공룡’ 퀄컴을 상대로 한 공정위의 처분과 소송전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유될 정도였다. 2017년 초 공정위가 과징금 사상 최대액인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은 막강 화력을 동원해 방어에 나섰다. 공정위 처분이 “계약 체결의 자유와 기업 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수백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으며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 등 22명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반면 공정위 대리인은 법무법인 ‘바른’ 등 4명의 변호사 비용도 10억원 미만이었던 걸로 알려진다.

퀄컴의 지배력을 의식한 국내외 관련 업체들도 공정위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당초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으나, 중도에 소송을 철회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퀄컴이 휴대전화 핵심 부품인 모뎀칩셋을 휴대전화 제조사에 공급하면서 보유한 2~4세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부당하게 활용한 사실,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한 사실 등 불공정행위를 면밀하게 적시함으로써 승소를 이끌어 냈다.

퀄컴은 우리 공정위보다 1년 앞서 1조60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처분에 순순히 응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소송전을 벌였다. 회피 소송의 가능성을 시험해본 측면이 크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대법원 상고까지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정위의 면밀한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외국기업들의 다양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감시 및 조치에 힘을 실어줬다. 향후 구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나 다국적 제약사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ㆍ처분도 강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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