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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연합시론] '靑 압수수색'과 특검도입론, 지켜보는 국민은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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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전격 압수 수색을 하면서 검찰과 범여권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했던 검찰 수사관 A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서에도 없는 내용을 거짓으로 흘린다"며 검찰을 고강도로 비판한 바로 다음 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마저 감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 검찰과 경찰, 청와대·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이 얽히고설켜 무차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민정수석실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게 활활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검찰의 이 낯설고 이율배반적인 강대강 대치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심란하다.

형사소송법과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청와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지만,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를 상대로 자료 확보에 나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파장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 때도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의 태생적 차별화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에서도 두 차례나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뤄진 점은 실체적 진실을 떠나 안타까운 일이다. 여권은 개혁 위기에 몰린 검찰이 '선택적 편파수사', '수사 아닌 정치행위'를 한다고 비판하며 더 강력한 검찰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검 도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이 특검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아주 이례적이고 생경하기까지 하다. 윤석열 총장의 '칼잡이 스타일'로 미뤄볼 때 특검에 칼자루를 넘겨주는 일을 '불명예스럽게' 생각해서 살아있는 권력을 확실히 손보겠다며 더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에 들어갔다. 변사사건 초동 수사를 경찰이 맡는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A수사관의 휴대전화가 '하명수사 의혹'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은 강하게 반발하며 포렌식 참여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단순 '참관'에 그쳐야 했다. 정치권이 수사 상황을 두고 아전인수식 공방을 벌이는 데다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과 경찰 간에 해묵은 갈등마저 재연되면서 검찰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엄정 수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커녕 수사가 종착점에 다다를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큰 틀에서 보면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조정, 공수처 설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권력형 비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현재 검찰에 압도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비리 척결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수사내용 공유거부와 압수수색 등을 거침없이 진행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과속하면, 탈선의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선을 넘는 견제도 자제해야겠지만, 검찰도 마치 '구국의 임무'를 독점한 듯한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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