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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韓美中 폴더블폰 2라운드 경쟁 서막…접고, 펼치고, 말고…내년 대세는 클램셸(세로로 접는 폴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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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 주류로 자리 잡아가는 것일까.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 후 잇따라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첫 폴더블폰 ‘메이트X’를 성공적으로 내놨다. 영하 5도 이하에서는 화면을 여닫지 못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1분 만에 완판됐다. 모토로라는 ‘레이저(Razar) 2019’를 공개하며 폴더블폰 경쟁에 가세했다.

시장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제품마다 잇따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11월 8일 중국에서 1차 온라인 판매를 통해 2초 만에 완판됐다. 2차 판매 역시 완판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0분, 3차 판매는 약 2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량을 늘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초기 반응은 확실히 뜨겁다.

폴더블폰이 인기를 끌면서 내년 2세대 제품이 나오면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폴더블폰을 공개한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 모토로라, 중국 화웨이 등이다. 여기에 미국 애플, 한국 LG전자, 중국 TCL 등이 폴더블폰 판매를 예고했다. 바야흐로 폴더블폰 시장을 둘러싼 한국·미국·중국 3국 간 대결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어려움에 처했다. 폴더블폰은 침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이 2020년부터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올해 40만대를 시작으로 내년 320만대, 2021년 1080만대, 2022년 2740만대, 2023년 3680만대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향수 자극한 모토로라 레이저 2019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돌풍 예고

폴더블폰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제조사가 구현하고자 하는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등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중간 단계다. 펼치면 태블릿PC, 접으면 스마트폰 형태로 구성됐다.

모토로라는 콘셉트를 바꿨다. 펼치면 스마트폰이지만 접으면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아진다. 기존 스마트폰을 반으로 줄여 휴대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1월 14일 모토로라는 미국 LA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2019’를 공개했다. ‘레이저’는 2000년대 초반 모토로라가 휴대폰 시장을 이끌 때 선보인 브랜드다. 모토로라는 2004년 당시 1억3000만대를 팔았던 ‘레이저V3’와 유사한 디자인을 폴더블 형태로 구현했다. 안쪽으로 위아래 화면을 접는 ‘클램셸(조개껍데기)’ 방식을 적용했다. 레이저 2019는 갈수록 커지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하면 한 손에 잡을 수 있도록 사이즈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제품이다. 레이저 2019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가격. 갤럭시폴드(239만원), 메이트X(280만원)와 비교해 경쟁력 있다. 출고 가격 1499달러(약 175만원)로 경쟁 제품과 비교해 70만~100만원 저렴하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IT 매체 더버지는 “(갤럭시폴드와 메이트X에 비해) 사양과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수준”이라며 “폴더블폰을 펼쳤을 때 주름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원했던 폴더블폰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씨넷 역시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폰이 갤럭시폴드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는 평을 내놨다.

레이저 2019는 내년 1월 미국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폴더블폰 대세는 클램셸?

애플·샤오미 등 잇따라 특허 출원

지금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IT 기기의 성패는 보통 2~3세대에서 갈리기 마련이다. 스마트폰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아이폰1·2를 기억하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다. 아이폰3S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스마트폰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산업이 됐다.

1세대 제품은 탐색전 성격이 짙다. 얼리어답터가 주로 구입하며 일반 소비자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제조사 역시 시장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선보일 2세대 제품 성공 여부에 따라 폴더블폰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제조사가 공개한 제품 유형을 보면 2세대 폴더블폰은 ‘클램셸’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클램셸은 ‘조개껍데기’라는 뜻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조개껍데기가 벌어졌다 닫히는 것처럼 세로로 열리고 닫히는 타입을 클램셸이라 일컫는다.

클램셸 형태 폴더블폰을 공개한 것은 모토로라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클램셸 형태의 새로운 폴더블폰을 깜짝 공개했다. 펼친 화면은 6.7인치로 레이저 2019와 비슷한 사이즈다.

삼성전자 차기 폴더블폰은 당초 내년 2월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에서 갤럭시S11과 함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깜짝 선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ES가 MWC보다 행사 규모가 훨씬 크고 한 해 트렌드를 미리 내다보는 행사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나 애플, 샤오미 역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클램셸 형태의 폴더블폰 특허를 출원했다. 왜 스마트폰 기업이 2세대 폴더블폰으로 클램셸 형태를 주목하는 것일까.

클램셸의 최대 장점은 ‘휴대성’이다. 다른 폴더블폰과 직접적으로 크기를 비교하면 클램셸이 갖고 있는 장점은 두드러진다. 갤럭시폴드는 접었을 때 4.6인치, 펼쳤을 때 7.3인치다. 화웨이의 메이트X는 각각 6.6인치, 8인치다. 갤럭시폴드와 메이트X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함께 쓸 수 있도록 고려한 설계다. 다만 펼쳤을 때 들고 다니기는 부담스러운 크기다.

반면 모토로라가 공개한 레이저 2019는 펼쳤을 때는 6.2인치, 접었을 때는 불과 2.7인치에 불과하다.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화면 크기는 6인치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 설계한 제품이다. 갤럭시폴드나 메이트X는 펼치면 두 손으로 들어야 하지만 클램셸 형태 폴더블폰은 펼쳐도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은 화면의 ‘대형화’였다”며 “클램셸은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휴대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제조사가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세대 폴더블폰으로 클램셸이 주목받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많은 기업이 익스텐더블(확장형) 디스플레이 형태의 스마트폰을 특허 출원하고 있는 만큼 클램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는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를 통해 ‘확장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화면 양옆을 당기면 화면이 두 배로 확대되는 구조다. 확장되는 화면은 롤러블 형태로 내장돼 있다가 펼쳐지는 원리다.

벌써부터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 폰을 가리켜 두루마리처럼 펴진다는 이유로 ‘어명폰’ ‘상소문폰’이란 별칭을 붙여 화제를 모은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폴더블은 롤러블로 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며 “현재 많은 기업이 스마트폰 외형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이 보다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5호 (2019.11.27~2019.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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