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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안 돼” “증거 부족”… 김학의 ‘시간이 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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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뇌물 혐의 등 무죄·면소…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 지나”

2013년 ‘별장 성접대’ 폭로 때도 이듬해 피해 여성 고소 때도

검찰 ‘제식구 감싸기’ 무혐의 처리… 10여년 지나서야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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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를 선고 받은 22일 서울 문정동 동부구치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석방되어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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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을 가득 메운 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정계선 부장판사의 조용한 목소리뿐이었다. 증인석에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지난달 29일 결심공판 최후진술 때 눈물을 흩뿌리며 결백을 주장하던 격정적 모습과 달리, 이날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차관 부인만 눈물을 흘렸다.

‘별장 성접대’ 의혹의 주인공 김 전 차관이 결국 무죄로 석방됐다.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제대로 입증되지 않는다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어서 결국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낳은 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을 비롯, 사회 유력 인사들을 자신의 강원 원주 별장에다 불러 성접대 파티를 벌이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해뒀다는 폭로가 나왔다. 성접대를 위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노예화까지 했다는 의혹까지 있었다. 경찰은 곧장 내사에 착수했고 차관 취임 6일만에 사퇴한 김 전 차관 등에 대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윤씨만 구속기소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이듬해 7월 자신이 성접대를 강요당한 여성이라 주장한 A씨가 김 전 차관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때도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로 끝냈다. A씨는 법원에다 재정신청을 냈지만 이마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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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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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진상조사가 이뤄지면서 별장 성접대 사건은 다시 주목받았다. 여환섭 대구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김학의 수사단’이 출범, 재수사에 돌입했으나 이미 10년이 지난 사건이라 수사단은 뇌물 등 별도 혐의를 추가해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그렇게 김 전 차관을 법정에 세웠건만 판결 결과는 허무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을 옭아매기 위해 수사단이 추가적으로 적용한 각종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아니면 면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혐의에 대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 “증거가 부족하다” “내용상 부정한 행위라 보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성접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예 유ㆍ무죄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 사건이었고, 재판부도 사건 외적으로 여러 압박을 느꼈을 텐데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판결해준 것에 상당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별장 성접대에 대해선 “재판부가 따로 판단하지 않았듯, 더 이상 사법적 판단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의 액수, 김 전 차관의 지위를 보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한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 뒤 1시간30분쯤 지난 이날 오후 3시 54분, 김 전 차관은 평상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큰 검은 가방을 든 채 그간 수감됐던 문정동 동부구치소를 나와 집으로 갔다. 지난 5월 16일 구속 뒤 191일 만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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