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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숙명여고 문제유출’ 前교무부장 2심서 징역 3년..."교육 신뢰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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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녀 압도적 1등했지만...평소 실력과 달라"
인근 10개 여고 3년 성적 살펴봐도 유사 사례 단 1건
자녀들도 재판받고 있는 점 등 고려해 1심보다 감형

조선일보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앞쪽)가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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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전직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2)씨가 항소심 재판에서 1심보다 형량이 6개월 낮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쌍둥이가 같은 기간에 성적이 급상승한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이관용)는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현씨는 "두 딸이 스스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고, 간접증거만으로 내려진 1심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유죄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내리기 전 프로젝터 화면을 통해 자료를 살펴보며 현씨 범행 사실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시험 유출이 의심되는 기간에 현씨 두 딸과 나머지 학생 간 성적 차이가 크다고 판단했다. 각각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서 1등을 차지한 현씨 두 딸과 당시 2등 학생의 성적 차이가 2등과 5등의 성적 차이보다 현격히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짧은 기간 동안 성적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 현씨 측 주장에 따라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에 위치한 10여개 여자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그런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실조회도 진행했다. 2015~2017년 10개 학교 입학생 중에 현씨 두 딸처럼 급격한 성적 상승을 이뤄낸 경우는 단 1건 발견됐다.

재판부는 "현씨 딸들과 비슷한 또래 여학생 중에서 400명 중 50등 밖에 있다가 1등이 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A여고에서 2등까지 오른 사례가 딱 한 번 있었다"며 "사실조회 결과는 딸들이 이룬 성적 향상이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어 "하물며 쌍둥이가 같은 기간에 성적이 급상승해 각각 인문과 자연 계열에서 2등과 큰 점수 차이로 압도적 1등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또 현씨 두 딸이 내신 성적에 비해 수학 학원 레벨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점, 어려운 문제일수록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정답을 맞춘 점, 메모장에 적힌 내용이 정답을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많은 부분의 간접사실이 증거에 의해 하나하나 다 입증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현씨 범행이 교육 평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무려 1년 동안 5번에 걸쳐서 발생했다"며 "누구보다 학생 신뢰에 부응해야 할 교사임에도 두 딸을 위해 많은 제자의 노력을 헛되게 한 점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에 관심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아는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도 여전히 범행을 뉘우치지 않기 때문에 실형이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1심 양형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사건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실형을 선고 받고 구금되면서 처가 세 자녀와 고령 노모를 부양하고, 현재 두 딸도 공소 제기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심도 있게 양형을 협의한 결과 형이 다소 무거운 부분이 있다고 봤다"며 형량을 줄였다.

현씨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쌍둥이 자매가 다니는 학교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시험 답안을 유출해 학교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상위 성적권이 아니었던 두 딸이 문과와 이과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하면서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의혹을 제기해 문제가 불거졌다. 숙명여고 측은 지난해 11월 쌍둥이 자매 성적을 0점으로 재산정하고 퇴학 처리했다. 현씨는 징계위원회와 재심의를 거쳐 파면 처분된 상태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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