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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문케어 탓 제값 못받는 개량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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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고갈 우려에 값 인하 추진

제약계 “바이오헬스 육성과 배치

복제약 취급 땐 신약개발 위축”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국산 개량신약 가격 인하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량신약을 복제약처럼 취급함으로써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을 위축시켜 환자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 조항은 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 시행하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안이다. 일반 공산품은 제조회사나 유통회사가 가격을 정하지만 건강보험 약가는 정부가 정해 건보재정에서 지급한다. 지금은 개량신약 발매 1년까지 오리지널 약(특허 보유약, 100원으로 가정)에 맞춰 최대 70원을 보장하고, 그 후 54원으로 내린다. 단서조항이 있다. 개량신약의 복제약이 2개 이하이면 70원을 유지한다.

하지만 내년 7월 단서조항이 달라진다. 개량신약의 복제약이 2개 이하이면 2년 70원을 유지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사해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최대 5년(1+2+2년)만 70원을 인정하고 54원으로 깎는다. 개량신약의 특허기간(10~12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복제약처럼 취급한다. 물론 오리지널약이나 복제약도 같이 적용된다. 다만 오리지널약은 특허기간(약 20년)을 인정받은 후 적용되지만 개량신약은 특허기간에 깎아버린다. 복제약은 가격 거품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가격 인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여당에서 먼저 우려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바이오제약산업의 발전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기 전에 개량신약을 통해 바이오 보건제약산업을 발전시키려고 하는데, 이 약가를 인하해서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기회를 줄이려 한다는 불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정부가 약가 인하에 중점을 두고 개량신약을 제네릭(복제약)과 같이 취급한다는 불만이 많은데, 개량신약 약가 인하를 중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개량신약 약가를 제네릭과 같이 조기 인하하려는 것은 바이오헬스 육성 전략과 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이명수·김순례 의원도 비슷하게 지적했다.

최영현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상임고문은 “개량신약은 한국기업에 강점이 있다. 혁신적 신약 개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며 “가격을 깎으면 개발 동기를 꺾고 우수 약품 공급이 줄게 돼 환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고문은 “정부가 문 케어 재원을 조달할 필요가 있겠지만, 현 정부의 3대 육성 산업의 하나가 바이오제약산업인 점을 고려해 개량신약 가격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재국 동양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약가 인하라는 단순 정책보다 연구개발과 수출을 많이 하는 데를 우대하는 등 종합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안정적 약품 공급을 위해 가격을 우대해왔는데, 취지가 달성돼 이번에 가산제도를 정비하는 것일 뿐 문 케어 재원 조달과 상관없다”며 “특허 보호와 약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 개량신약

특허 약을 베낀 게 아니라 화학구조나 용법·용량·제형을 개량한 약이다. 2008년 우대정책을 도입해 100여개 나왔다. 아모잘탄 플러스·제미메트서방정·실로스탄씨알정 등이 대표적이며 25개사가 168개를 개발 중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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