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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애플, 삼성과 같은 대우 받아야"…中부품 관세면제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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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정부, 中생산 애플 부품 관세 면제 검토중”

관세면제·선거유세 위해서라면…돈독해진 트럼프-쿡 ‘밀월’

이데일리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애플 공장을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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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삼성을 거론하며 애플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향후 애플의 중국산 부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애플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방문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의 문제는 삼성이다. 삼성은 훌륭한 기업이지만 애플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삼성만 관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삼성과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를 받아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쿡 CEO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국에 본사를 둔 삼성은 관세를 내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던 불만을 다시 한 번 꺼내든 것이다.

◇WSJ “美정부, 中생산 애플 부품 관세 면제 검토중”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 관료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애플의 대표 제품인 아이폰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현재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애플이 현재 중국 생산·조립 공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다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빠르게 이전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을 콕 찝어 애플과 비교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는) 대중 관세로 삼성이 애플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쿡 CEO와 만찬을 가진 뒤 “쿡이 가장 큰 경쟁자인 삼성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관세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관세를 내지 않는 매우 좋은 회사와 경쟁을 하는 애플이 관세를 내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달 21일에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제는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나는 그(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를 단기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애플은 위대한 미국기업이니까”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애플 컴퓨터 10개 부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미 부과한 관세는 되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5개 품목에 대해서는 면제를 허용하지 않았고, 애플이 추가로 요구한 애플워치, 아이맥, 아이폰 수리부품 등 11건에 대한 관세 면제 요구도 현재 계류 상태에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애플 공장을 방문하고, 관세 면제를 시사한 만큼 추후 예외적 완화 조치가 기대된다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삼성에 규제를 가해 보조를 맞추는 것이 아닌, 애플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관측된다.

◇관세면제·선거유세 위해서라면…돈독해진 트럼프-쿡 ‘밀월’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쿡 CEO는 최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있어서다. 쿡 CEO는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 및 완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가,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국면을 돌파할 선거 유세가 각각 필요한 상황이다.

쿡 CEO가 꾸준히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이 관계 개선에 영향을 끼쳤다. 애플은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정책에 보조를 맞춰 해외 유보금 대부분을 미국으로 송환했다.

지난해 5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뒤 쿡 CEO는 더욱 몸을 낮췄다.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을 대거 로비스트로 고용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 또는 저녁 식사를 갖는 등 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제품에 지난 9월부터 10% 관세가 부과돼 실적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불발될 경우 오는 12월 15일부터는 15%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쿡 CEO는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과 오스틴 공장을 둘러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쿡 CEO와 공장 노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맥프로에 새겨진 ‘미국에서 조립됐다(Assembled in the USA)’는 문구를 보여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쿡 CEO의 화해 제스처에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아메리카 퍼스트’, ‘메이드 인 아메리카(USA)’의 상징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미국에서 생산하라”, “애플이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모든 제품에 35%의 관세를 붙이겠다”고 엄포를 놨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이날 애플 공장 방문에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최측근 인사들을 대거 대동했다.

다분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공장 방문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들도 이날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탄핵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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