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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세계 첫 4㎛ 동박개발…日넘은 2차전지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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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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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超一流) 초격차(超格差)."

지난 19일 찾은 전라북도 정읍시 북면에 위치한 KCFT 정읍 공장. 내년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는 4공장 증설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장 내 사무실에는 김영태 KCFT 최고경영자(CEO)가 항상 강조하는 슬로건인 '초일류, 초격차'라는 단어가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로 불리는 '동박'을 개발·양산하고 있는 KCFT는 초일류, 초격차라는 기치 아래 2013년 6㎛(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동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4㎛(머리카락 20분의 1굵기) 두께의 동박 개발에 성공했다. 모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전상현 KCFT 개발본부장은 "한국이 소재 분야에서 기술력이 뒤처진다고 하지만 1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결과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일본은 이미 뛰어넘어 두렵지 않으며 중국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품질에서 여전히 우리가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전지용 동박은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스마트폰, 노트북PC 등 정보기술(IT) 기기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분류된다. 음극소재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는 동박은 이차전지의 안전성과 용량에 영향을 미친다. 동박의 두께가 얇아질수록 많은 전지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본부장은 "동박은 가격으로 따지면 이차전지 재료비의 5%에 해당하지만 무게는 배터리 전체의 15%를 차지한다"며 "동박의 두께를 줄이면 무게도 줄어드는 만큼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전지를 넣어 용량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KCFT는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LS엠트론 동박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1996년부터 동박을 양산한 KCFT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이차전지 동박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하며 세계 1위 동박 소재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 6월 SKC는 KKR에서 KCFT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SKC는 KCFT를 인수함으로써 주력 사업인 화학·필름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KCFT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36%나 늘었으며 영업이익 또한 2017년 대비 50% 가까이 급성장했다.

기자가 KCFT 정읍 공장에 방문했을 때 지름 3m에 달하는 용해조에 직원들이 구리 전선을 넣고 있었다. 이 구리가 황산과 만나 녹아서 '제박기'로 이동한다. 제박기에는 마치 물레방아를 연상하게 하는 커다란 드럼이 있는데, 이 드럼에 전기를 걸어준 뒤 돌리면 구리 이온이 달라붙으면서 얇은 형태의 구리판, 즉 동박이 만들어진다. 단순한 공정처럼 보이지만 황산에 넣어주는 용액, 드럼에 걸어주는 전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동박의 물성은 천차만별이 된다. 또 동박을 얇게 만들수록 쉽게 찢어지는 만큼 양산이 어렵다. KCFT 연구진은 드럼의 표면을 정밀 관찰하여 동박이 찢어지는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첨가제 변화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4㎛ 동박 개발에 성공했다.

1996년 사업을 시작해 2003년 8~10㎛ 전지용 동박을 생산한 KCFT는 꾸준한 연구개발(R&D)로 2013년 6㎛ 두께 전지용 동박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안전성을 이유로 6㎛ 동박은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배터리 업체들은 6㎛ 동박을 전기차 전지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KCFT는 6㎛ 양산 1년 전인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남들보다 앞서 4㎛ 동박 개발을 시작했다. 전 본부장은 "4㎛ 동박도 현재 드론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업체들에서 테스트 제의가 들어와 납품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서도 테스트용 제품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읍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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