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
300명 패널들 "저요" "여기요" 고함쳐… 배철수 "질서 지켜달라"
홍콩시위·탈북자 강제북송 등 자료화면 질문 떴지만 답변은 안해
文대통령 "나도 화 내지만 다 표현못해 스트레스… 머리 많이 빠져"
문 대통령은 이날 남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가슴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배지를 달았고, 청각 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를 착용했다. 등장곡으로는 영국 4인조 록그룹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가 흘렀다. 진행자인 배철수는 이 곡을 선정한 이유로 "저는 정치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패널들이 (환호하지만) 속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또 "참모들이 국민과의 대화를 준비하라고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는데, 예상 문제가 없고 출제 범위가 무한대라 운(運)에 맡기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드는 '송곳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첫 질문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선정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의 엄마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길 대통령께 부탁드린다"고 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문 대통령은 "아이들의 생명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법안이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으로 통과되지 못해서 안타까우실 것 같다"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할 땐 한숨을 쉬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양팔을 벌리고 설명했다. 진행자 배철수는 1953년생 동갑인 문 대통령과 건강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건강을 우려하는 패널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노동강도가 말이 아니다" "나도 화가 나면 화를 낸다. 하지만 다 표현하지 못해서 더 스트레스 받는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답했다.
질문자는 장애인, 다문화가정 부부, 탈북자, 치킨집 사장 등 다양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20개의 질문을 받는 데 그쳤다. 300명의 패널 대다수는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마지막 질문자 선정 과정에서 과열양상이 빚어지자 '가장 멀리서 온 분을 뽑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한 패널은 일어나 발언권을 얻지 못한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 탈북자 강제 북송과 같은 민감한 질문이 자료 화면에 떴지만, 문 대통령은 따로 답변하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직후에는 패널 300명이 문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무대 위로 일시에 몰려들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한 장 찍어줘" 같은 고함도 터져나왔다. 진행자 배철수는 "이런 프로그램 진행은 처음인데 3년은 더 늙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1만6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국민 패널 경쟁률이 53대1에 달했다. 문 대통령을 가운데에 두고 참석자가 원형을 그리는 방식으로 좌석이 배치됐다. 유튜브 등을 통한 시청자도 25만명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마친 뒤 국민 패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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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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