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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식당도 빌딩도 로봇이 음식 배달하고 서빙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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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롯데GRS 등 도입

주방-탁자로 로봇이 음식 옮겨줘

비용 줄어들고 고객 반응 좋지만

‘로봇만의 공간’ 확보가 숙제



생활 가까이로 다가오는 서비스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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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하는 미래형 식당 메리고키친의 내부 모습.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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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점심 서울 송파구 방이동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한미약품 본사 뒷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주상복합건물 2층에 음식점 ‘메리고키친’이 눈에 들어왔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앱이나 로봇으로 처리하는 미래형 로봇 식당이다. 기대를 갖고 자리에 앉았지만 종업원이 오지 않는다. 그사이 맞은 편에 앉은 동행인이 휴대폰을 꺼내 “연어 덮밥 드신다고 하셨죠?” 하며 뭔가를 차근차근 누른다. 물어보니 음식점 앱으로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이미 끝마쳤단다. 그러고 보니 탁자 위엔 처음 온 사람을 위해 모바일 웹 설명과 가입 방식이 적혀 있는 메모가 있다.

5분쯤 대화를 하다 보니 좌석 옆 레일에 로봇 청소기 같은 물건이 멈춰섰다. 그 위엔 주문한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접시를 내리고 아래 빨간 버튼을 누르자 레일 로봇은 다시 주방 쪽으로 돌아갔다. 다시 5분쯤 뒤 이번엔 좌석 반대편으로 기계가 다가왔다. 그리곤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음식을 내려주세요’란 음성이 흘러나왔다.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까지 배달해주는 ‘딜리’로봇이다. 음식을 내린 뒤 일부러 기계와 주방 사이를 막아섰다. 돌아갈 길이 막혀 헤매던 로봇이 액정 화면에 눈물 표시 아이콘을 내비치며 길을 열어달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음식을 다 먹고 이 음식점 권향진 사장은 “두 달 정도 테스트를 마치니 기계 혼자서 1~1.5인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지금은 없으면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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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GRS에서 운영하는 빌라드샬롯에서 고객들이 주문한 음료가 탁자 옆을 지나고 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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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2㎞ 정도 떨어진 2호선 잠실역. 제2 롯데월드 지하엔 롯데GRS가 운영하는 지중해풍 음식점 ‘빌라드샬롯’이 있다. 가게 안엔 자율주행 서빙 로봇 ‘페니’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올려 테이블 번호를 찍으면 자동으로 배달한다. 이곳에서도 신기해하는 고객들이 로봇에게 말을 걸며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달 정도 이 로봇을 운용해온 안영훈 점장은 “고객 반응도 좋고 직원들의 걷는 수고도 덜어줘 아주 쓸모가 많다”며 “점차 비대면으로 변해가고 있는 외식업 흐름에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을 주방에서 고객에게 전해주는 이른바 ‘서빙 로봇’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로봇의 서비스를 고객이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서빙 로봇은 지난해부터 일부 매장에서 시험용으로 투입되더니 올해 들어 사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최근 풀무원푸드앤컬처와 협력해 외식 브랜드 ‘찬장’과 ‘메이하오&자연은 맛있다’에서 서빙 로봇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4개의 선반을 갖춰 50㎏의 음식까지 실을 수 있다. 속초의 유명 음식점인 봉포머구리집은 지난 9월 중국산 서빙 로봇 4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생활 분야도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LG전자는 자체개발한 홈 로봇 ‘클로이’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최근엔 서울대병원에 어린이 환자를 위해 25대를 시범설치했다. 아이들이 ‘헤이 클로이’라고 부르면 국내 70여개 출판사의 900여개 콘텐트와 네이버 TV, 음악과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직접 음식 조리에 나서는 로봇도 있다. 서울 광진구와 강남 등에는 로봇이 주문과 조리를 직접 담당하는 커피 머신 도입이 늘고 있다. 대구광역시에는 ‘로봇 치킨’으로 불리는 치킨전문점 ‘디떽’이 영업 중이다. 직원이 재료를 준비해주면, 주방 선반에 고정된 로봇이 사람 팔처럼 움직이며 치킨을 튀긴다.

사람에게 직접 서비스를 하는 이런 로봇들이 늘어난 데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환경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비용, 특히 ‘인건비’를 줄여야 살아남는 외식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서빙 로봇까지 도입한 건 주 52시간의 역할이 컸다”고 털어놨다.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산업 특성 때문에 사람만 고용해선 주 52시간을 준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국내 식품·외식 분야에 도입된 로봇은 아직 1000대가량에 불과하다. 전자전기 산업 14만여대, 자동차 산업 8만7000여대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산업 분야와 달리 외식업은 공간이 좁고 예측하지 못할 일이 많이 생겨 로봇 사용이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로 지적된다. 바퀴로 이동하기 때문에 문턱과 같은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 점도 약점이다.

정직원 38명을 두고 있는 봉포머구리집의 조정일 차장은 “로봇이 직원들의 동선을 많이 줄여주긴 하지만 음식을 내려주는 기능은 없어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며 “도입 초기엔 로봇이 우산 등에 막혀 길을 잃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능형 로봇의 도입이 전 세계적 흐름이지만 이를 적용하고 있는 업체와 기술이 아직은 미미해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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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이동 우아한 형제들 본사에 있는 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1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다.[사진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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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만의 공간도 문제다. 로봇이 차지할 자리와 이동할 공간이 확보해야 해서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우아한 형제들 본사에 설치된 층간 음식배달 로봇 ‘딜리타워’가 그 한 예다. 이 로봇은 음식 배달원이 4자리 버튼을 눌러 음식을 담으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 층에 내려 주문자에 음식을 전달한다. 건물 보안 문제가 해결되고 음식 배달원의 시간과 수고도 덜어진다. 하지만 로봇의 몸체가 커 1층에서 대기할 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동선을 막는다. 좁은 엘리베이터에서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해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걸 방해한다.

배달 로봇, 자전거 도로 투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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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서울 상암동에서 운행될 배달 로봇.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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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구조라는 구조적 난제가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당초 10월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시험운행하려던 대형 배달 로봇이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문제 때문이다. 2t까지 실을 만큼 덩치가 커 당초 인도로 다니려던 게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차도를 막기도 어려워 자전거 전용도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 네이버가 제2 사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옥을 로봇 친화형 건물로 짓겠다”고 한 것도 사람만의 공간에 어떻게 로봇의 자리를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다.

롯데GRS에 서빙 로봇을 납품한 미국 베어로보틱스 노은정 디렉터는 “사람만 쓰던 공간에 로봇이 들어가려면 단순히 기능이 좋아선 안 된다”며 “형태와 작동 방식 등이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레 도움을 줘야만 로봇 활용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적으론 로봇 개발이 수월한 산업환경의 구축이 절실하다. 주로 이동식 로봇 장비를 제조하는 언맨드솔루션 문희창 대표는 “로봇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전형인 상품이지만 국내 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에 맞춰져 있어 부품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런 환경 탓에 10개가 안 되는 국내 로봇 기업 대부분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만 치중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로봇도 반려견 같은 존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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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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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창(사진) 언맨드솔루션 대표는 국내 로봇산업의 초기 도전자다. 대학 때 자동차를, 석·박사 과정에선 자율주행을 연구했다. 2009년 언맨드솔루션을 창립해 11년째 주행 로봇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치우친 국내 기업들과 달리 주행로봇의 하드웨어 개발에 힘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들었고, 내년 1월 서울 상암동에서 2t까지 실을 수 있는 배달 로봇을 시험 운행한다. 2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승용과 화물용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주행 로봇 ‘섀시’를 자체개발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언맨드솔루션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Q : 국내 로봇 산업 현황은.

A : “대기업까지 합쳐 자율주행 연구하는 회사가 10개가 안 된다. 그것도 대개는 소프트웨어 위주다. 하지만 IT강국이지 않은가. 그 부분은 잘하고 있다.”

Q : 그러면 하드웨어는 개발이 안 되나.

A : “개발해도 중국이 금방 베껴 가격 경쟁력을 맞출 수 없다. 우리가 개발해 3000만원에 팔면 중국산은 아마 1000만원쯤 할 거다.”

Q : 요즘 로봇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 “자꾸 로봇, 로봇 하는 데 사실 로봇은 없다. 기술만 있을 뿐이다. 세탁기나 로봇 청소기를 생각해봐라. 다 사람이 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주는 기술 아닌가? 지금 로봇도 따지고 보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일부 대신할 뿐이다. 태권브이 같은 상상 속의 로봇이 아니라 인간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이 중요하다.”

Q : 로봇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나.

A : “반려견을 생각하면 된다. 사람과 다른 동물이지만 자연스레 사람과 어울리지 않나. 로봇도 그런 존재가 돼야 한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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