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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 공포 떠는 인천 사월마을, 71%는 못살 곳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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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결과

암 발병과 직접적 연관성 낮지만

인근 매립지·공장 탓 유해물 노출

주민들 이주 요구에 힘 실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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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에는 주택과 인접한 곳에 165개의 공장이 있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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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권순복(73·여)씨는 심각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 많이 긁어 상처가 난 피부엔 딱지가 앉았다. 권씨는 “몸이 자꾸 가려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집 근처에 폐기물 처리하는 곳이 있느냐’고 물어봤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 상당수가 피부병, 갑상선 질환 등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주민들은 1992년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질병을 앓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마을 남측으로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를 운반하는 도로인 드림파크로가 지나고 있다. 여기에 마을 인근에 순환골재 등 폐기물 처리업체를 비롯해 여러 공장이 들어오면서 쇳가루와 비산먼지가 심해졌다고 한다. 사월마을 내에는 제조업체 122곳, 폐기물 처리업체 16곳 등 약 165개의 공장이 주택과 인접한 곳에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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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 채취한 흙에서 나온 쇳가루가 자석에 붙어 있는 모습.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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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을에서 흙을 채취해 흰 종이에 올린 뒤 자석을 갖다 댔더니 흙에서 분리된 검은색 가루가 자석의 움직임을 따라 모양을 그리며 이동했다. 가모(72·여)씨는 “쇳가루와 먼지 때문에 평소 창틀과 담벼락에 손을 갖다 대면 시커멓게 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 사월마을은 주민이 살기에 부적합하다는 연구결과가 19일 공개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내 왕길교회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건강영향평가 결과 사월마을 전체 52세대 중 37세대(71%)가 주거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월마을 주민들이 2017년 2월 환경부에 청원하고, 환경보건위원회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조사결과 사월마을은 대기 중 미세먼지 등이 인천 다른 주거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계절마다 3일간 측정한 대기 중 미세먼지의 평균 농도는 55.5㎍/㎥로 인천시 서구 연희동의 측정망 농도(37.1㎍/㎥)보다 1.5배 높았다. 마을 주택 경계에서 이틀간 주·야간 2회씩 측정한 소음은 전 지점에서 1회 이상 기준을 초과했다. 우울증·불안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각각 24.4%와 16.3%로 전국 대비 4.3배, 2.9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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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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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암 발병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월마을 주민 122명 중 총 15명에 폐암·유방암 등이 생겨 8명이 사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사월마을에서 발생한 각종 암 발생 비율을 전국에서 인구 10만명당 암이 발생하는 비율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월마을의 주거환경이 ‘부적합’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이주 요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오정한 인본환경법률연구원 원장은 “사월마을의 문제는 환경개선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인천시나 환경부가 사월마을 내 주민들을 이주하게 하던지 마을 내 공장을 옮기든지 둘 중 하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도 국립환경과학원에 환경개선, 주민 이주, 공장이전의 3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인천시·서구청과 협의해 주민건강조사 및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할 방침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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