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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복이 아니라 패션…발열내의 시장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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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텍이 판 키운 7000억원 시장

BYC·스파오 국내업체 잇단 도전

쌍방울도 히트업 라인 32종 출시

효성·신세계까지 신제품 가세

중앙일보

유니클로 히트텍은 2006년부터 겉으로 드러내도 좋은 발열내의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독보적 위치를 점해왔다. 히트텍 무료 증정 이벤트 안내문이 설치된 유니클로 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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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 때 내복 찾기 시작하면 나이 든 것’

겨울 내복을 입으면 부해 보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 말은 2000년대 중반 발열내의가 등장하면서 무색해졌다. 2011년 당시 광고 모델이던 배우 이나영이 일반 티셔츠처럼 보이는 발열내의 위에 무심히 패딩점퍼를 걸치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준 유니클로 ‘히트텍’ 광고는 겨울 내복 착용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히트텍은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제품 중 하나다.

이 히트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니클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금액과 무관하게 히트텍을 무료 증정(총 10만 장)하는 이벤트(18~21일)를 열면서다. 지난 7월 이후 손님이 뜸했던 유니클로 매장에 인파가 몰렸다. 비난이 쏟아졌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짜 내의 한장에 나라를 배신한다’는 손가락질도 있다. 여론으로 소비자 선택을 제약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 규모는 현재 약 2조원대다. 이중 속한 발열내의 시장 규모는 7000억원 남짓이다. 극심한 기후변화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발열내의 제품 종류가 늘면서 매년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 시장은 유니클로가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히트텍이 등장하기 전까지 겨울 내복은 흰색, 연주황 혹은 분홍색 일색에 누가 봐도 속옷인 게 티 나는 제품이었다. 히트텍은 겉옷인지 속옷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내복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꿨다. 이 덕에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10억 장이 팔렸다. 지난해까지 국내 발열내의 시장은 히트텍의 독무대였다. 올해는 판도가 다르다.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히트텍 소재는 장기 연구의 결과다. 샘플을 만들기까지 1년 반동안 약 1만 개가 넘는 신소재 개발을 거쳤다. 레이온·아크릴·폴리우레탄·폴리에스터 등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섬유 4종을 엮어서 만들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피부 표면의 수증기를 열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니클로 히트텍의 기술은 내의·패션 업체가 ‘넘을 수 없는 벽’인가. 발열내의 시장 참가자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여러 원사를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열을 유지하는 소재를 만드는 섬유 기업은 많다. 제품력이나 소재가 절대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결국 올해 발열내의 시장은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점유율을 높이려는 다양한 업체의 각개전투가 될 전망이다.

이랜드 계열의 SPA 업체 스파오는 이 중에서도 적극적이다. 올해 발열내의 라인 ‘웜테크’의 발주량을 전년 대비 2.5배 늘리면서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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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C발열내의 보디히트 행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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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내의의 자존심인 BYC는 2001년 일본 도요보의 소재를 써 발열내의 브랜드 ‘동의 발열’을 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한 경험이 있다. BYC는 현재 히트텍 대항마인 ‘보디히트’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시 토종 속옷 브랜드인 쌍방울은 발열내의 ‘히트업’의 라인을 강화해 올겨울 시즌 총 32개 품목을 출시했다.

기존 패션 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뛰어든 ‘선수’도 있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손잡고 발열내의 시장을 공략하는 ‘마이히트’를 새로 내놓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도 최근 ‘자주온(溫)’을 출시하면서 히트텍에 도전장을 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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