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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베 ‘일본 최장수 총리’…‘1강 독주’ 깊어지는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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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로 통산 2887일 재임 ‘최장 기록’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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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통산 재임 2887일로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와 미·일동맹 등 외교, 대안 부재 등이 ‘1강’ 독주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헌법 개정 등 민의에 어긋나는 우경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료의 망언과 스캔들이 반복되고,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가 퍼지는 등 장기집권 폐해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매년 4월 열리는 총리 주재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과 후원회 인사 800여명을 초청해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아베 총리는 궁지에 몰렸다.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만 줄 뿐 결실은 드물어 ‘허울뿐인 최장수 총리’라는 혹평도 제기된다.

■ 대안 없는 ‘독주’

아베 총리는 20일 1차 집권(2006년 9월26일~2007년 9월27일)과 2차 집권(2012년 12월26일~) 기간을 합쳐 통산 재임일수가 2887일이 된다.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의 기록을 깨고 가장 긴 기간 집권한 총리가 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9월 말까지 임기를 확보했다. 내년 8월에는 작은외할아버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의 연속 재임 기록(2798일)도 뛰어넘게 된다.

전무후무한 장기집권 배경으론 우선 경제가 꼽힌다. 지표상 일본 경제는 2012년 12월부터 전후 최장 확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빠져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의를 부감(俯瞰)하는 외교’로 일본의 존재감을 끌어올린 점도 내세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미·일동맹을 ‘역대 최고’로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자민당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도 ‘4연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경제 확장세, 장기 집권 배경

아베 대신할 당내 인사 없어


‘선거의 아베’로 불릴 정도로 선거에도 강하다. 민주당에서 정권을 찾아온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6연승’을 기록했다. 실책을 반복한 옛 민주당 정권에 대한 여론의 불신과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이 컸다는 평가다. 아베 총리를 대신할 당내 인사도 없다. “아베 총리가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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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놀이 논란 등 잇단 폐해

아베 총리는 그동안 ‘수의 힘’을 내세워 야당과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는 정책을 밀어붙여왔다.

2013년 특정비밀보호법에 이어 ‘위헌 입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오키나와(沖繩) 지사 선거 등을 통해 반대 민의가 수차례 표명됐음에도 후텐마(普天間)기지의 헤노코(邊野古)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

야당·여론 반발 정책들 강행

각료 망언에 ‘손타쿠’도 문제

벚꽃놀이 논란…지지율 급락

외교 자평하나 성과는 없어


‘손타쿠’ 구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 육상자위대의 일일보고 은폐, 모리토모(森友)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조작 등 불리하거나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은폐하거나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각료의 망언과 스캔들이 잇따르는 등 장기집권 폐해도 표면화됐다. 신임 각료 2명이 비위 혐의로 잇따라 낙마했다.

특히 총리 주재 ‘벚꽃을 보는 모임’에 지역구 주민들과 후원회 인사들을 불러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 돈으로 지역구를 관리한 것이다. 18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 등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포인트 급락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공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19일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최장수 총리’에 걸맞은 정치적 유산을 남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디플레이션 탈피 목표는 달성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부유층과 기업만 혜택을 봤다는 비판도 나온다. 2차 아베 내각 7년간 나랏빚은 1100조엔을 넘어섰다. 아베 총리는 최근 주변에 “다음 총리는 큰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후 외교의 총결산”에 어울리는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쿠릴(일본명 북방영토) 4개섬과 관련한 러·일 평화조약 교섭은 답보 상태이고, 북·일 간 납치 문제 해결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마이니치신문은 “총리를 더 길게 해도 해결 전망이 보인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웃 나라 한국과의 관계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총리 관저 주도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무역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아베 1강’으로 외교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임기 내 개헌에 집착하고 있다.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때부터의 ‘희망사항’을 실현해 정치적 유산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와 부정적 여론을 감안하면 뜻을 이루기 쉽지 않다.

미쿠리야 다카시(御廚貴) 도쿄대 명예교수는 ‘문예춘추’ 12월호에서 “10년 후 ‘아베 정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좌담회를 하면 ‘눈에 띄는 업적은 없으면서 왜 이렇게 지속됐던 걸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답이 궁색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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