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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황교안 만난 청년들 “어디 가서 보수라 하기 수치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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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청년정책 발표장서

청년들, 당 발전 위한 작심 쓴소리

‘청년에 갑질’ 박찬주 영입 시도 두고

“청년들 지지 어찌 얻으려고” 반문도

“민주당과 달리 총선기획단 청년 없다”
한국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꿀템 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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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용하려고 온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개혁 의지를 보여달라.”(부산대 학생 황영빈)

“자유한국당하면 ‘노땅 정당’이라 한다.”(인하대 학생 신주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년층 표심을 얻겠다고 19일 서울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마련한 청년정책ㆍ비전 발표 간담회에 청년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황 대표는 이날 사전 공모된 30명의 ‘청년공감단’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 세우려는 청년들의 외롭고 쓸쓸한 싸움에 화답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페어플레이 대한민국 △청년 취향 저격 △청년 등에 꽂힌 빨대 뽑기 등을 청년정책의 3대 키워드로 언급했다. 황 대표는 특히 채용비리에 엄정한 잣대를 강조하면서 “당 윤리위 규정에 채용비리 범죄를 명시하고, 친ㆍ인척 채용 입시비리가 밝혀지면 당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표정은 점차 굳어졌다. 한국당의 현 주소에 돌직구를 날리는 청년들의 작심 발언이 잇따르면서다. 반(反)조국 집회에 참석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부산대생 황영빈씨는 “(한국당 청년정책은) 이명박근혜 정부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하지 않았을 때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스럽고 여당 시절 그럴 듯한 말을 적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를 두고 “구색 맞추기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청년들을 이용한 거면 전 여기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게 아니면 청년들 비판을 흘려 듣지 말라”고 말했다.

인하대생 신주호씨는 황 대표에게 한국당의 현 주소를 지적하며 “’샤이(shyㆍ숨은) 보수’가 아니라 ‘셰임(shameㆍ창피한) 보수’라고 한다”고 했다. “어디 가서 보수라는 말하는 자체가 수치심이 든다”고 한탄했다. 그 이유가 첫 번째가 한국당이 보수 가치를 제대로 추구하는가에 관해 의구심이 많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한국당이 ‘노땅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황 대표의 의중이 실린 최근 총선기획단 구성에 대한 돌직구를 날렸다. 신씨는 “더불어민주당은 프로게이머 출신도 총선기획단에 넣었는데 한국당은 청년을 부르짖지만 과연 청년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느냐”고 했다. 황 대표 측근 내지 현역 의원 중심의 총선기획단 인적 구성을 비판한 것이다. 신씨는 “그런 것들 좀 타파하고 자랑스러운 보수라 칭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1차 인재영입 대상에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올렸다가 ‘공관병 갑질’ 논란이 일자 번복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해온 ‘공정추진위원회’ 대학생 단체 위원장인 김근태씨는 “박찬주 영입 등 계속 청년들의 신뢰를 잃는 행보하면서 어떻게 청년들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여당과 어떤 식으로 차별화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물음도 더했다. 황 대표는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메모했다.

서른 살 청년이라는 백일우씨는 “간담회를 오후 2시에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청년 목소리 듣겠다고 개최한 행사인데 오후 2시면 사회생활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란 이야기”라며 “그냥 부르면 올 수 있는 여의도 청년들이나 금수저 청년들만 청년으로 생각하고 이런 행사 기획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신보라 청년 최고위원은 “평일 오후2시 행사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토론 뒤 황 대표는 “날카로운 말씀 잘 들었다”며 “청년 친화정당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토론회 뒤 통상적으로 하는 취재진과의 문답(이른바 백브리핑)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날 정용기 당 정책위의장은 30여분 동안 행사장에 더 남아 청년들의 비판 목소리를 경청하고 메모했다.

이주현 인턴기자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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