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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혁신 촉진 vs 경쟁 보호?…딜레마에 빠진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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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담팀 구성

미국 당국은 ICT 대응 상설조직 운영

기술 혁신과 시장 재편 빠른 ICT 산업

경쟁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


한겨레

혁신은 경쟁을 촉진하지만 때로는 방해한다. 기술력이 월등한 혁신 기업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하며 여기에 바탕한 지배력으로 불공정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변화와 시장 재편이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이런 현상은 도드라진다. 공정 경쟁 깃발을 들고 있는 ‘경쟁 당국’이 빠져 있는 딜레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태스크포스(TF) 성격의 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담팀을 꾸린 사실을 공개했다. 전담팀은 공정위 사무처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이 직접 주관토록 해 무게를 실었다. 독과점을 규율하는 시장감시국을 중심에 두고 경제분석과와 국제협력과 등 내부 조직은 물론, 외부 전문가 풀(pool)도 참여한다. 조직 구성에서 드러나듯 전담팀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정보통신기술 분야 불공정 사건을 다룰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규제 동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구실을 하게 된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바라보는 공정위의 고민이 묻어난다. 빠른 기술 변화가 가져올 독과점화 현상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한편으로 과거 잣대로 혁신활동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 공정위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월께 플랫폼 등 첨단 기술 이슈를 전담하는 ‘기술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데 이어 지난달엔 아예 상설 조직으로 전환시켰다.

최근 10여년 간 공정위가 정보통신기술 영역에 손을 댄 사건들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난 2008년 네이버가 판도라 등 동영상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사전 협의하지 않은 광고를 동영상에 넣지 않도록 강제했다며 2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이 이를 뒤집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검색 시장의 독과점적 지위에 주목해 규율을 한 것인데 반해, 법원은 검색 시장과 동영상 시장이 분절돼 있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공정위는 정보통신기술 시장의 역동성과 혁신 활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업계의 눈총을 받았다.

이달 초 승인된 유료방송사업자 간 기업 결합 심사에서도 똑같은 논란이 일었다. 엘지유플러스(LGU+)와 씨제이(CJ)헬로,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와 티브로드의 기업 결합에 따라 인터넷·통신 기반 방송 사업자의 지배력이 케이블티브이(SO)나 그에 딸린 알뜰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공정위는 ‘혁신 촉진’을 명분삼아 느슨한 제약 조건만 달고 허가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혁신 활동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가 ’경쟁 당국 수장이 할 말이 아니다’란 지적을 받고 해당 발언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줄줄이 대기 중인 정보통신기술 영역과 관련된 사건 처리에서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우월적인 검색 플랫폼을 무기로 자사 서비스인 ‘스마트 스토어’ 상품이나 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등록한 사업자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보여준 행위와 구글코리아가 모바일 게임회사 등에 어플리케이션을 자사의 앱 장터(구글플레이 스토어)에만 내도록 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18일) 일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경영 통합 추진도 플랫폼 시장의 혁신이란 배경을 깔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독과점 우려도 있는 터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고민이 클 것”이라며 “비슷한 유형의 경영 통합이 국내에서 일어난다면 공정위의 심사 과정에서 숱한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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