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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단독] 정부, 국보법 찬양·고무죄 사범 연말 특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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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범 대부분 현정권 지지층… 총선 앞두고 '보은 사면' 논란

2008~2014년 대선·총선·지방선거 관련 선거사범도 특사 검토

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과 선거 사범을 대상으로 연말 특별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법무부는 최근 전국 일선 검찰청에 보낸 공문에서 이 두 가지 범죄를 저질러 유죄를 확정받은 사람들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공문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중 '찬양·고무죄'로 2005년 8월 15일부터 지난해까지 유죄가 확정된 사람 ▲18대 대선, 18·19대 총선, 제5회·6회 지방선거 및 관련 재·보선 사범 중 100만원 이상 형(刑)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제한된 사람을 파악해 보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거법 위반 사범 중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경우는 제외된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만 특정해 특별사면을 검토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찬양·고무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현 정권 지지층이거나 범(汎)여권 인사들일 것"이라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보은(報恩) 사면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앞서 현 정권은 지난 2월에도 두 번째 특별사면을 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등 7개 집회와 관련된 불법 시위 사범 107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이번에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까지 사면할 경우 현 정권 지지층에 대해서만 사면을 단행한다는 특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도 특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강씨는 2001년 김일성의 생가인 평양 만경대를 방문해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방명록에 남기는 등의 행위를 해 2010년 대법원에서 국보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씨를 구속하려는 검찰에 "불구속 수사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이번 사면 검토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현 정권 인식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현 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4대 개혁 과제'의 하나로 추진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TV 토론에서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보법은) 개정되어야 하고 찬양·고무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번 사면이 이뤄질 경우 현 정부의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국보법 위반 사범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헌법학)는 "찬양·고무죄를 특정해 사면하는 것은 북한 선원 강제 북송과 같은 맥락으로 북측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사면법을 개정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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