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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결혼 반대한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아버지 살해한 비정한 딸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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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밀양지원 딸에게 징역 15년, 남자친구에게 18년 선고

딸은 심신미약 상태여서 감형, 남자친구는 살해 제의 후 계획범행

중앙일보

경남 창녕군 창녕읍의 한 빌라. 지난 4월 딸이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살해했다 .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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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한 비정한 20대 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부(심현욱 지원장)는 18일 남자친구와 함께 아버지(66)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이모(2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남자친구(30)에게는 징역 18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남자친구에게 강한 애착 관계를 가지는 등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인정해 감형했다. 반면 남자친구는 가벼운 지적장애가 있지만, 여자친구 이씨에게 살해를 먼저 제의하고 흉기 등 범행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낳고 길러준 아버지의 생명을 빼앗아간 범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특별한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남자친구는 지난 4월 19일 오후 10시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의 한 빌라에서 이씨의 아버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남자친구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고, 하루 뒤 남자친구와 유기 목적으로 아버지 시신을 마대에 함께 담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이웃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같은 빌라에 사는 한 주민은 “이씨 아버지가 술을 자주 먹어 걱정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큰 소란이 없었다”며 “이씨도 자주 봤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은 없었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적장애가 있던 두 사람은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됐다. 이후 2018년 12월쯤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이씨가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하자 아버지가 반대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남자친구를 장애인이라고 무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벌어 온 돈을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데 다 써버렸다”며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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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친부를 살해한 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경찰과 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아버지 반대가 커지자 살해를 공모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쯤 남자친구가 흉기를 가지고 이씨 집을 찾아왔다. 이씨가 문을 열어주자 남자친구는 자는 이씨의 아버지를 찔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신 처리 방안까지는 미리 계획하지 못했다. 이들은 시신을 집에 방치해두고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거나 오락실 등에 가서 게임을 하는 등 다음날까지 평소처럼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락실 주인은 “두 사람이 우리 오락실에 자주 왔는데 그날도 아무 일 없는 듯 와서 게임을 하고 갔다”며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범행은 하루 뒤인 20일 오후 7시 50분쯤 “이씨 아버지와 놀러 가기로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지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소방당국 등의 도움을 받아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이씨 아버지 시신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집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와 세탁기 안에서 아버지의 혈흔이 묻은 의류 등을 발견한 후 두 사람을 상대로 추궁한 끝에 범행을 자백받고 긴급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빠와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뒤늦게 후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어머니는 지난해 사망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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